자작모음

백대현, 뭐가 다르지

백대현 2024. 2. 29. 09:09

뭐가 다르지

 

                             백대현

 

여기에 오고 싶지 않았어

이미 다녀온 그들 얼굴이

다 잿빛이었거든

 

귀띔도 해주었어

그곳 길은

머리 할큄 당한 돌멩이

팔 다리 찢긴 흙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고

 

직접 봐야 했어

그들 말이 천 번 만 번 맞더라고

어제 내린 비로 생긴 두 뼘 웅덩이 속에서

돌멩이와 흙이

아직도 숨을 가삐 쉬고

그들 틈에서 붉은줄지렁이 한 마리도

비비꼬고 있더라고

 

지렁이가 몹시 불쌍해서

막대기 하나 들고 생각했어

뭐가 다르지?

 

지렁이가 말했어

“여긴 내 최고의 안식처(安息處)란다.

그러니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