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 때문에 쓰게 된다!!
다 이렇게 살다 가는 줄 알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나왔다.
눈을 뜨고 보니 ‘그들’은 아버지와 어머니라고 했다.
그 품에서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직장 생활도 했다.
때가 되어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문득 생각해 보니
내가 ‘그들’을 만난 것처럼
내 자식에게도 나는 ‘그들’이 되었다.
나 역시 내 자식을 사랑하고 보살폈다.
이 자식도 어른이 되면
그다음 후손에게 ‘그들’이 될 것이다.
다 이렇게 살다 가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이렇게 살다 가는 게 맞는 건가?’라는
의문이 빠르게 머리를 스쳤다.
보통 불혹과 지천명 사이에 만나는 바람이다.
그러나 누구는 그 바람을 흘려보내고
누구는 바람을 붙잡아 그 의미를 묻기 시작한다.
그래서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하고
질문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글로 옮기기 시작한다.
공명(共鳴)이라는 단어가 있다.
‘남의 사상이나 감정, 행동 따위에 공감하여
자기도 그와 같이 따르려 함.’이다.
오랜 시간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보면
마음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어 있다.
평범한 내 글을 읽고
마음이 움직였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글에 가슴 떨리는 누군가를 만나는 행위이고,
글을 읽는다는 것은 동시대 마음결이 같은
사람을 만났다는 뜻이다.
안 계시면 못 살 거 같았던
나의 부모도
보지 못하면 죽을 거 같았던
나의 자식도
시간이 흐르면 잊힌다.
서로 원해서 만난 사이가 아니라
내가 이 시대를 살아가게 하려고
하늘이 잠시 맺어준 인연에 불과하다.
더 신기한 것은,
글쓰기 시작 단계에서는 내 인생 가장 중요한 존재인
‘그들’이 글감의 중심이 된다.
이미 내 마음속에는
‘그들’과 주고받았던 수많은 조각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그것을 진심으로 꺼내고 보듬어 갈 때
진짜 글이 써진다.
그 순간,
하늘이 흐뭇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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