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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모음126

백대현, 뭐가 다르지 뭐가 다르지 백대현 여기에 오고 싶지 않았어 이미 다녀온 그들 얼굴이 다 잿빛이었거든 귀띔도 해주었어 그곳 길은 머리 할큄 당한 돌멩이 팔 다리 찢긴 흙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고 직접 봐야 했어 그들 말이 천 번 만 번 맞더라고 어제 내린 비로 생긴 두 뼘 웅덩이 속에서 돌멩이와 흙이 아직도 숨을 가삐 쉬고 그들 틈에서 붉은줄지렁이 한 마리도 비비꼬고 있더라고 지렁이가 몹시 불쌍해서 막대기 하나 들고 생각했어 뭐가 다르지? 지렁이가 말했어 “여긴 내 최고의 안식처(安息處)란다. 그러니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바보야.” 2024. 2. 29.
백대현, 내 것이 될지니 내 것이 될지니 백대현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여기면 저 새털구름과 뭐가 다를까 내 것이라 해도 내 것이 아니라고 여기면 핑크 다이아몬드라 한들 뭔 소용일까 내 것이 아니어도 내 것이라 여기면 내 것이 될지니 뭉게구름 소소바람에 밀리는 그 찰나 만큼이라 해도 어찌 기쁘지 아니 할까 2024. 2. 17.
백대현, 사랑인 거지 사랑인 거지 백대현 보고 싶을 때 다 보는 건 사랑이 아니야 보고 싶어도 참을 수 있는 게 사랑인 거지 볼 수 있다고 다 보는 건 사랑이 아니야 볼 수 있어도 마음으로 보는 게 사랑인 거지 눈으로 보는 건 사랑이 아니야 마음으로 보는 게 사랑인 거지 2024. 2. 9.
백대현, 빙빙 도는 오목눈이 빙빙 도는 오목눈이 산이마에 뭉게구름 걸쳐 있고 빙빙 도는 오목눈이 돌다 지쳐 낡은 소파에 앉아 맘을 박박 긁고 있어 눈망울에 걸린 구슬 소매 끝으로 훔치고 곧 눈감을 거 알면서 뭔 아쉬움이 있다고 곧 끝인 거 알면서 뭘 더 가지려고 남풍이 엄지척하니 봄 햇살 비춰 반짝하네 얼굴이 반짝거리네 2024. 1. 25.
백대현, 그를 바라보는(강아지 풀) 문(文)·사(史)·철(哲) 종합교양지 계간, 『글의 세계』 겨울호(제56호) 출품작 * 그를 바라보는(강아지 풀) 소슬바람 불어오면 허리 굽어 아기 이파리 뒤에 숨고 해가 방긋하면 벌떡 일어나 지나가는 하루살이 붙잡고 굵은 장대비에 얼굴 맞고 진흙에 박히고 살려고 가쁜 숨 헐떡거리고 그를 바라보는 이 눈망울에 맺힌 건 빗물인가 눈물인가 2024. 1. 14.
그를 바라보는(강아지 풀) 그를 바라보는 (강아지 풀) 소슬바람 불어오면 허리 굽어 이파리 뒤에 숨고 해가 방긋하면 벌떡 일어나 지나가는 하루살이 붙잡고 굵은 장대비에 얼굴 맞고 진흙에 박히고 살려고 가쁜 숨을 헐떡거리고 그를 바라보는 이 눈망울에 맺힌 건 빗물인가 눈물인가 백대현. 2023. 7. 7.
땅에 묻지 마세요 땅에 묻지 마세요 이생 떠나려니 피 같은 눈물 멈추질 않네 어차피 작정한 거 빨리 가야지 스무 알 캔에 넣고 벌컥벌컥 마셨지 고작 이렇게 살다 가는 거야 너무 힘들어서 먼저 가려고 모두 미안해 날 낳아준 분들에게 예의는 있어야지 못난 나 때문에 가슴에 시커먼 멍 안고 살 텐데 인사는 하고 가야지 모니터에 완결 안 된 문장 하나 눈에 띄고 읽는 찰나, 구급차 불러 썩는 내장 청소했어 새 삶, 보름달처럼 떠오르고 길거리 걷다 보면 날 보고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는 이들 있어 글은 생명 주는가 봐 글 쓰는 사람들 죽어가는 이, 다시 살리는 요술부리는 사람들인가 봐 당신이여, 당신이 단 한 생명 살릴 수 있다면 눈 아프고 온몸 쑤셔도 그 재능, 땅에 묻지 마세요 백대현. 2023. 6. 23.
백대현, 네가 그냥 좋아 2023. 3. 3.
백대현, 나도 하나 너도 하나 2022.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