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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62

전부 꽃으로 채워줄 수 있을까 전부 꽃으로 채워줄 수 있을까 포토그래퍼(photographer)인 후배의 ‘셀카 잘 찍는 법’을 들었다. 배운 대로 촬영해서 뽀샵을 하고 나니 순식간에 십 년 전 얼굴로 돌아간 것 같다. 주름이 사라진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아침부터 테라스를 적시고 있는 비가 “젊게 보여서 기분이 좋니?”라고 물었다.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싱겁긴……. 내가 애니? 근데 신기하긴 하다야…….” 과학의 발달로 찰나적이나마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건 분명 환영받을 일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 철학자 칸트(Kant)가 말한 대로 ‘과연,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기술이 정작 자신의 감정, 마음, 정신, 영혼 이런 부분까지 전부 꽃으로 채워줄 수 있을까…….’ 궁금했다. 비만 오면 어설픈 철학자 .. 2020. 5. 15.
우선할 일 /백대현 우선할 일 장대비 새벽에 예보하고 저녁에 뇌고함성 지르며 쳐들어와 진수성찬 차려두고 가족, 벗, 이웃 초대하였건만 젓가락도 들기 전에 혼비백산 되네 늙은 이파리 어린 이파리 속절없이 떨어지고 총 들고 지키던 장정 이파리도 하나 둘, 손을 놓아 생명 같던 가족, 벗, 이웃이 다 사라.. 2019. 7. 28.
그대만 /백대현 그대만 내 눈이 미쳤다 봐도 또 봐도 똑같은 얼굴만 본다 내 눈이 그대만 본다 내 맘이 미쳤다 닫고 또 닫아도 열리고 또 열린다 내 맘이 그대만 향한다 백대현. 2019. 7. 24.
못한 자리로 가는 것 /백대현 못한 자리로 가는 것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재상 버금가던 사람이 한 줌의 흙이 되었다. 이성을 추행했던 게 발각되어 태생부터 금수저였던 사람이 얼굴을 가려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또래보다 빠른 속도로 앞서가던 핸섬한 청년이 여성을 희롱하다가 나락에 떨어졌다. 보통 사람들에.. 2019. 7. 18.
사랑하는 이가 /백대현 사랑하는 이가 호젓한 산길을 걷다 몸과 마음이 울적하여 늙은 나무 벤치에 앉았다 지나가던 하루살이가 슬그머니 팔등에 앉았다 왜 눈물을 글썽이고 있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행 간 사랑하는 님이 보고 싶어 울고 싶다고 했다 나는 평생 사랑했던 이를 지금 막 천국 열차에 .. 2019. 7. 17.
사랑이다 /백대현 사랑이다 님이 호랑나비를 타고 다른 꽃밭으로 여행을 떠났다 님이 없는 이 꽃밭은 적막한 지하창고다 하루살이 연인이 창틈에 끼어있다 수컷이, 힘없이 울고 있는 암컷을 포옹하며 말했다 괴테가, 사랑이 시작되면 고통도 함께 시작된다 그래서 고통 없는 사랑도 없고 고통이 없으면 사.. 2019. 7. 17.
사랑하는 사람이 /백대현 사랑하는 사람이 홀로 있으면, 최고 비싼 스테이크를 입에 넣어도 육질이 텁텁하다 명품 양복을 입고 걸어도 팔다리가 흐느적거린다 칠성급 호텔 침대에 누워도 허리가 불편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일천 원짜리 컵라면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간다 삼 년 된 이월 상품 티셔츠를.. 2019. 7. 17.
이 시대 사람들에게 /백대현 이 시대 사람들에게 나는 유방(劉邦)인가? 아니면 항우(項羽)인가? 항우를 이기고 천하를 제패한 유방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당시, 항우에 비해 모든 게 열등했던 유방이 항우를 이긴 가장 큰 요인은 독서였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책보다는 ‘SNS’에 게시된 짧은 글이.. 2019. 7. 12.
내 님이 필요하다 /백대현 내 님이 필요하다 해가 뉘엿거리는 올레길을 심술궂은 돌부리가 있어서 늙은 개미 걸음으로 걷는다 나뭇가지들이 휘익 휘익 휘파람 소리를 낸다 하얀 구름이 잿빛으로 변하고 금방 토할 듯 얼굴을 찌푸린다 우산이 필요하다 앞으로 가도 돌아가도 억센 비바람은 시린 가슴에 닿을 거다 .. 2019.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