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점수를 부과하는 것
졸업을 앞둔 마지막 시험에서
모 교수는 몇 명 학생에게
낙제점을 주었다.
해당 학생들은 그로 인해
졸업을 하지 못하고
한 학기를 더 수강하거나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한 학생이 교수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예전엔 이 정도면 높은 점수를 주셨는데
하필 가장 중요한 시점에
이런 점수를 주셔서
졸업을 못 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교수는,
“자네의 리포트는 그 점수밖에 줄 수 없었네.
그리고 그 점수를 부과하는 것은
내 고유 권한이네.
그러니 한 학기를 더 다니거나
여기서 학업을 포기하거나
그 선택은 자네의 몫이네.”
교수의 단호한 말에 학생은 화가 났지만
자신이 세운 졸업 후 계획을
다음으로 미루고
그 과목을 재수강하여 졸업했다.
훗날,
“교수님, 당시 그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두었어도
세상을 사는 데 아무런 장애는 되지 않았습니다.
교수님도 한발만 양보해서 점수를 주셨어도
누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다시 수강하게 한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래, 자네 말이 다 옳네.
자네 인생을 놓고 볼 때
한 과목 정도 이수하지 않는다 해서 달라질 건 없네.
다만 자네의 그 마음자세는 큰 영향을 받는다네.
내가 자네의 성적을 평가하듯
사회에선 다른 사람들이 자네를 평가하게 되어 있네.
눈가림으로 졸업했다면 자네는 모든 일에서
그리 대했을 걸세.
한 번의 낙제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거지.”
백대현 지음, 『하늘의 것 땅의 것』 94~96p
728x90
'수필『하늘의 것 땅의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백대현, 나는 무엇을 가장 높은 곳에 두고 사는가 (2) | 2026.04.14 |
|---|---|
| 백대현, 충분히 깨닫게 될 것 (0) | 2024.04.11 |
| 백대현, 비판적 사고를 품어야 할 것 (0) | 2024.03.02 |
| 백대현 작가의 다시 보는『하늘의 것 땅의 것』 인터뷰 (1) | 2024.02.21 |
| 백대현,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 겁니까? (0) | 2022.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