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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하늘의 것 땅의 것』

백대현, 그 점수를 부과하는 것

by 백대현 2025. 7. 11.

그 점수를 부과하는 것

 

 

졸업을 앞둔 마지막 시험에서

모 교수는 몇 명 학생에게

낙제점을 주었다.

 

해당 학생들은 그로 인해

졸업을 하지 못하고

한 학기를 더 수강하거나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한 학생이 교수에게 불만을 표시했다.

“예전엔 이 정도면 높은 점수를 주셨는데

하필 가장 중요한 시점에

이런 점수를 주셔서

졸업을 못 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교수는,

“자네의 리포트는 그 점수밖에 줄 수 없었네.

그리고 그 점수를 부과하는 것은

내 고유 권한이네.

그러니 한 학기를 더 다니거나

여기서 학업을 포기하거나

그 선택은 자네의 몫이네.”

 

교수의 단호한 말에 학생은 화가 났지만

자신이 세운 졸업 후 계획을

다음으로 미루고

그 과목을 재수강하여 졸업했다.

 

훗날,

“교수님, 당시 그 과목을 이수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두었어도

세상을 사는 데 아무런 장애는 되지 않았습니다.

교수님도 한발만 양보해서 점수를 주셨어도

누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다시 수강하게 한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래, 자네 말이 다 옳네.

자네 인생을 놓고 볼 때

한 과목 정도 이수하지 않는다 해서 달라질 건 없네.

다만 자네의 그 마음자세는 큰 영향을 받는다네.

내가 자네의 성적을 평가하듯

사회에선 다른 사람들이 자네를 평가하게 되어 있네.

눈가림으로 졸업했다면 자네는 모든 일에서

그리 대했을 걸세.

한 번의 낙제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거지.”

 

백대현 지음, 『하늘의 것 땅의 것』 94~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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