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반드시 그 원인이 있다. 인간의 행동은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본능적 충동으로 지배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말이다.
그가 말한 ‘원인’은 내가 지나온 시간이다. 과거의 좋은 기억은 현재의 삶을 단단히 지탱하지만, 바쁘게 사느라 잊고 살았던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해서 삶에 영향을 미친다. 그는 이러한 상처는 저절로 사라지지 않고 억눌린 채 커져서, 어느 순간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고 했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 끝내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안고 살아간다. 그 이야기는 내 인생에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지 못한 채, 부서진 조각이 되어 흩어져 있다. 아픔인지, 후회인지, 수치스러움인지, 이름조차 붙일 수 없는 감정이, 그저 ‘알’로 남아 마음 깊은 곳에서 맴돈다.
이 알의 모양과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것은 바위처럼 굳어 마음을 짓누르고, 어떤 것은 먼지처럼 가볍게 떠다닌다. 부끄러움 때문에 감춰 두었던 이야기는 타인의 시선이나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 두려워 외면한다. 그러나 그 흔적은 고스란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알은 아무리 깊이 숨기려 해도 어떤 작용이 생기면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으로, 이유 모를 그리움으로 모습을 바꾸어 떠오른다. 나의 삶에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잔재가 아니다. 아직 이해되지 못한 과거의 신호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리가 외면해 온 나 자신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목소리를 발현하는 행위다. 이 소리를 지워버리는 일이 아니라 들여다보는 일이다. 완전한 문장이 아니어도 괜찮다. 조각난 상태 그대로, 서툰 언어로 꺼내어 놓는 순간, 흩어져 있던 감정들은 조금씩 의미를 찾기 시작한다. 이때 감추어야 할 상처가 아니라, 이해되어야 할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음의 소리> 모든 과정은 단 한 번 주어진 삶 속에서, 나조차 잘 알지 못했던 나를 마주하게 하는 시간이다. 우리는 언젠가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그때 나를 알려고 노력하는 건 늦는다. 이를 아는 사람들은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 순간이 얼마다 귀한지 안다.
그들은 이 과정과 만남을 우연이 아닌 하늘이 준 선물로 받아들인다. 또 글쓰기가 쉽지 않은 여정임을 알기에 서두르지 않는다. 그저 이 자리에서 주어진 여건에 따라 조금씩 풀어내야 할 이야기를 하나씩 꺼낼 뿐이다. 나를 아프게 했던 기억도 나이고, 나를 울게 했던 시간도 나다. 지금의 나를 만든 모든 시간이 나이기에, 그 시간을 살아온 나를 따뜻하게 안아 줄 것이다. 그리고 상처가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나에게 선물할 소망과 희망의 언어를 담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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