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절인연을 기다리며
금년도 성인 글쓰기 프로그램 <마음의 소리> 정규 과정 강의안을 발송했다. 다음 주면 모집 공고가 나가고, 3월 마지막 주나 4월 첫 주면 강의가 시작된다.
나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늘 들뜬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들을 만난다는 기대는 봄이 오는 설렘보다도 더 크게 마음을 흔든다.
기대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기대(企待)와 기대(期待)이다. 전자의 기대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마음, 혹은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 마음’을 뜻하고, 후자의 기대는 ‘어느 때를 기약하며 바라는 마음’을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의미에 나 자신을 대입해 보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그 바람이 이루어질 때를 기다리고 있다.”
나의 이 기대는 <마음의 소리> 개강부터 B라는 커뮤니티로 이어지고 있다. 이 공간에는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품고 온 분들, 글쓰기를 하겠다는 확고한 목표와 목적을 가진 분들, 중간에 사정상 수업을 중단한 분들, 정규 과정을 수료한 분들, 공저로 책을 낸 분들,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분들 등 여러 부류가 있다.
B는 함께 공부했던 한 선생님의 권유로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을 참 잘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나 오늘도 그 인연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공간에서 내가 바라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생각과 느낌을 글로 올리고, 함께하는 분들의 글도 꾸준히 읽는다.
나의 일은 대부분 컴퓨터 앞에서 이루어진다. 일도 취미도 이렇게 타자로 옮기는 일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꽤 피곤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선생님들 또한 바쁜 와중에 글을 쓰고, 누군가는 무관심하고 아니면 제대로 읽지 않을지도 모르는 글을 꾸준히 올리며 또 다른 이의 글까지 읽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앞에서 말했듯이, 내가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이분들도 무엇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담하건대, 이곳에 있는 분들 역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으므로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기대했던 것을 이제는 기대할 수 없거나, 혹은 애초에 바랄 수 없는 처지가 된다면 결국 수면 아래에서 잠을 자거나 이곳을 떠나게 될 것이다.
최근 강의에서 평소 하지 않았던 생각을 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지인의 말처럼, 돈도 되지 않은 일을 이리 열심히 하는 걸까? 저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글을 쓰든 쓰지 않든, 책을 내든 내지 않든, 작가가 되든 말든 나와 무슨 상관인가?’
나는 여전히 아침 출근과 동시에 커피 한 잔을 들고 가장 먼저 B에 들어간다. 그분의 말을 듣고 만든 밴드가 어느덧 4년이 되었다. 이것은 아직도 내가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글을 올리면서 스스로 물어보았다.
‘지금의 나는 처음 기대했던 것을 얼마나 얻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것의 90% 이상은 얻은 것 같다. 좋은 선생님들과의 인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몇몇 분들은 자신이 목표로 하는 자리까지 오르기를 기대하면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다시 그날 강의 시간으로 돌아가 본다. 최근 알게 된 노래 이야기를 꺼냈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서 들은 곡인데 요즘 고민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철학적 의미가 깊어서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고,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어쩌면 그 노래 덕분이다.
봄을 맞이하는 설렘보다 더 큰 설렘을 주었던 나의 그 기대가, 점점 떨어지는 에너지로 인해 스스로 놀랐고, 내가 아무리 애써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 인연을 이어 가려고 노력해도 이어지지 않는 인연은 끝내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진즉부터 알았으면서도 그 정확한 의미를 이제야 깨달았다.
나도, <마음의 소리> 프로그램도, 모든 인연을 책임질 수 없고 그들의 삶의 목표도 대신할 수 없다. 다만 그 목표로 향하는 길가에서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도록 지탱해 주는 보조 역할을 할 뿐이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지금 내가 무엇을 기대하며 <마음의 소리>와 함께 하는지 더 분명해졌다. 이제는 오고 가는 인연에 매달리기보다 ‘시절인연’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겠다. 때가 되어 만나는 이에게 더 기대해야겠다. 떨어져 가던 에너지가 회복되었다. _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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