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의 문이 열리는 순간
사)한국문인협회에서 주최·주관한 ‘지역문학발전방향포럼’에 다녀왔다. 세 시간 동안 네 명의 강의와 사업설명을 들으며 여러 생각이 스쳤다. 평소 사는 지역에서 선배 문인을 존중하고, 후배 양성에 힘쓰고자 했던 나의 태도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지하철로 돌아오는 길, 대부분 승객이 휴대폰만 보고 있다.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고 있는 여성이었다. 거리가 있어 제목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많은 사람 중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 밝아졌다.
손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어제 받아 읽다 만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을 위한 책』이었다. 그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나는 서로 힘이 되어주는 다정한 분위기의 글쓰기 모임에도 속해 있었다.”라는 구절이었다.
이 문장을 읽다가 지난 수업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질문 카드를 받은 한 분이 말문이 막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개인당 1분 30초는 <마음의 소리> 수업에 참여한 모든 이의 권리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기다렸다. 마침내 그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모두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출근 후 메일함을 열었다. 과제를 보내온 한 분이 짧은 인사를 남겼다. 주제가 어려워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고 했다. 사실 과제 제출은 의무가 아니다.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분은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순간, 글의 흐름이 열리기 시작해 결국 썼고 이렇게 제출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처럼 말과 글, 인간의 언어는 발현이 필요하다. 머뭇거리던 사람도 어느 순간 조심스럽게 마음을 연다. 말도 잘하려 애쓸 필요가 없고, 글 또한 잘 써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도 된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한 줄을 따라가기 시작하면 되고 계속 반복하다 보면 말도 글도 나아진다.
우리는 살면서 마음속에 수많은 감정과 생각을 쌓아둔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쌓인 그것들은 말하지 못한 이야기이자, 미처 표현하지 못한 마음들이다. 마치 회색의 알갱이처럼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그중 하나가 서서히 꿈틀대기 시작한다. 그것을 판단하거나 다듬으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말도 글도 정상적인 흐름을 타기 시작한다.
특히 글을 쓰는 순간, 회색이던 감정은 더는 머물러 있지 않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빛깔로 퍼져 나가며 각자의 고유한 색을 되찾는다. 글은 잘 쓰고 못 쓰는 기준으로 나뉘지 않는다. 그저 한 사람의 마음이 온전히 드러난 결과일 뿐 색을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
이러한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오늘 포럼에서 논의된 방향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것이다. 한 사람이 진심을 담아 써 내려간 글은 또 다른 사람의 의식에 변화를 일으킨다. 그 변화가 켜켜이 쌓일수록 지역의 정신은 더욱 깊어지고, 이는 곧 문학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오랜만에 유익한 시간을 가진 포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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