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선택한 방식의 여가
“스승님, 기나긴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저는 ○○에 와 있습니다. 글을 만나고 난 뒤 그간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들이 이젠 새롭게 느껴져요. 정말 너무 감사함을 느낍니다. 하나님을 만났을 때 영안이 열린 것과 같은 은혜를 느껴요. 일상에서 누리는 이 큰 기쁨을 잠깐 휴식하다가 스승님 생각에 보냅니다.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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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디오게네스에 관한 일화는 오래전부터 마음 한편에 머물러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그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물었을 때, 그는 망설이지 않고 “대왕께서 햇볕을 가리고 계시니, 옆으로 비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권력자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 그 담담한 한마디는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연휴가 되면 으레 듣는 말이 있다. 어느 날, 한 후배가 물었다. “여행이라도 다녀오시지요. 오늘까지 출근해서 뭐 하세요?”
그의 질문의 진짜 의미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안에서는 뜻밖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문득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노동과 여가’의 개념이 떠올랐다. 그는, ‘노예는 주어진 일을 반복하는 존재이고, 자유인은 일에 매몰되지 않으며 자기 성찰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는 존재다.’라고 보았다. 전자는 노동이고 후자는 여가라고 했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처럼 쉬고 즐기지 못한 채 이 시간에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행위는 노동일까? 아니면 여가일까? 스스로 답을 내려야 했다.
디오게네스가 왕에게 건넨 말은 단순한 응수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시대를 건너 우리에게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자 메시지다. 인간의 행복은 타인의 기준이나 외적인 조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식대로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래서일까.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돌아서며, “내가 왕이 아니었다면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모든 것을 가진 자조차 부러워한 것은, 결국 한 인간이 온전히 자기 삶을 살아내는 자유였을 것이다.
나는 다시 자판 위에 손을 얹는다. 이 반복되는 움직임이 누군가에게는 노동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이 시간은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길어 올리며, 삶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안다. 지금, 이 글쓰기는 노동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방식의 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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