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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교육

백대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것

by 백대현 2026. 3. 14.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것

 

 

   어느 날 뉴스를 보다가 마음이 무거워졌다.

 

   초등학생 몇 명이 동급생 한 명에게 담요를 뒤집어씌우고 발과 야구방망이로 때렸다는 이야기였다.

 

   다른 이야기도 들렸다. 중학교 교실에서 남학생들이 여선생님 앞에서 노골적인 음란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질서와 존중이 무너진 모습이다.

 

   더 충격적인 일도 있었다. 스물도 채 되지 않은 여학생들이 어린아이를 잔인하게 죽이고도 메신저로 장난스러운 대화를 나누었다는 소식이었다. 그 일에 대해 “역할극이었다”라고 담담하게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세 가지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사건 사고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데 있다. 이런 일은 나만이 아니라 지인들 역시 언제 어디서든 비슷한 상황을 겪을 수 있다. 누구도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시대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누구의 문제일까?’

 

   질문을 깊이 생각해 보면, 특정 개인만의 문제라기보다 인간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가깝다. 문제의 답을 알면 풀릴 수 있지만, 답을 모른다면 그 문제는 후대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완전한 답을 찾기 어렵다. 선대의 많은 가르침도 귀중한 지혜이지만 완전한 정답이라기보다 정답에 가까운 참고일 뿐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고민해야 봐야 한다.

 

   우리는 열심히 살아도 내 삶이 내 뜻대로 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누구나 삶의 고난과 역경을 겪는다. 때로는 사회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 자연의 힘 앞에서, 자신의 무력함을 절실히 느낀다. 내가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도 세상의 모든 문제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하게 된다. 순간 보이지 않는 어떤 힘과 흐름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느낌을 확신하기 시작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마치 얽혀 있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듯 생각의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때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림이 올라온다. 인간은 스스로 내 삶을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더 큰 질서 속에 놓인 피조물임을 인정한다. 이것이 의식의 정점(頂點)인 ‘깨달음’이다.

 

   깨달음과 함께 마음속에서 미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영혼의 움직임이다.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믿고 표현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어쩌면 문제의 해답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마치 뿌옇던 안개가 걷히듯 내가 붙잡고 있던 많은 질문이 방향을 찾기 시작한다. 그 방법이 글쓰기다.

 

   글쓰기 프로그램 <마음의 소리>는 그 많은 질문을 앞에 두고 함께 사유하며 방향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모인다. 내 마음의 소리를 글로 남기면서 다음 세대에게 전수할 기회도 만든다. 비록 내 글이 온전치 않더라도 인간의 절대적 가치를 찾는데 작은 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거름이 모아져 많아질수록 인간의 삶은 그만큼 더 밝아진다.

 

백대현의 『하늘의 것 땅의 것』 본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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