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권의 책을 대하는 마음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새로운 책을 만나게 된다. 아들은 오늘 받아 온 교과서에 검정 사인펜으로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며칠 전 택배 상자를 열고 꺼낸 책에 이름을 남기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날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책을 향해 마음속으로 인사를 건넸다. 진심을 담아 사랑한다고 말했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책은 단순히 몇만 원을 지급하고 얻은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건너온 한 사람의 생각이자, 삶의 흔적이며, 지금 이 순간, 나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려는 존재다. 그래서 나는 책을 펼치기 전,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만남을 준비한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지 과거의 인물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과도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한 권의 책을 손에 쥔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과 마주 앉는 일이자 그들의 질문을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그래선지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책이 앞으로 내 삶에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내 영혼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될지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된다. 우리는 똑같은 책을 읽더라도, 책의 메시지를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마주하게 된다.
예를 들면, 아들이 이름을 적고 있는 교과서는 또래 아이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 책과 맺는 관계는 같지 않다. 어느 아이에게는 그저 형식적으로 읽고 넘어가는 책에 불과하겠지만 또 다른 아이에게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즉 책의 가치는 그것을 대하는 인간 각자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책은 저자와 시공간을 초월한 대화이자 만남이다. 진솔한 마음으로 책을 마주할 때, 우리는 저자가 전하고자 했던 목적과 주제를 이해하게 된다. 그 이해가 쌓일수록 생각은 깊어지고, 삶의 방향도 분명해진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인 깨달음은 각자의 ‘행복과 성공’이라는 결실로 이어진다.
새 학기를 맞이한 요즘,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책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깊은 만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이 순간 내 앞에서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책과 진심으로 교제하고, 마음을 담아 사랑해야 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그저 남들이 하는 말을 듣고 형식적으로 읽는 다거나,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만 책을 대한다면, 책 안에 담긴 지식과 지혜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금세 흩어지고 말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우러나오는 진실한 마음처럼, 책 또한 그렇게 대해야 한다. 그래서 책은 묻는다. “너는 나를 어떻게 만나고 싶니? 어떤 마음으로 나를 펼치고 있는 거니?”
백대현, 『하늘의 것 땅의 것』 본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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