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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교육

백대현, 내 마음이 부른 사람들

by 백대현 2026. 3. 30.

내 마음이 부른 사람들

 
 
   피천득은 인연(因緣)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이 말을 마음에 담고 살아왔다. 때로는 어리석은 자가 아니라 현명한 자가 돼보겠다는 의지가 지나쳐 그것이 집착은 아닌지 스스로 묻기까지 했다. 특히 비슷한 성향이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거나 책과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그 마음은 더 커진다. 그래선지 올해 <마음의 소리> 개강을 앞두고, 또 어떤 사람들과 만나 인연으로 이어질지 긴장감이 든다. 그래서 개강 전 인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괴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는 다 이유가 있다.”, 헤르만 헤세는 “우리가 우연히 만난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만남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다.”라고 했다. 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이번에 만날 사람들 역시 다 이유가 있고 이미 예정된 인연이다.
 
   인연이라는 단어에는 단순한 만남 이상의 깊은 철학적 의미가 있다. 어떤 철학자는 ‘인(因)’은 직접적인 것이고 ‘연(緣)’은 그것을 이어주는 간접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나는 ‘인’이 되고 나와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은 ‘연’이다.  모든 관계의 주체는 나이고 내가 존재하기 때문에 연결이 생기고 연결이 모여 인연이 된다는 뜻이다.
 
   이 개념은 나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나는 ‘인’이면서 동시에 ‘연’이다. 누구에게나 자기 자신은 시작이자 연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먼저이고 나중인지 따지는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더 본질적인 것은 우리가 어떻게 만나고, 그 만남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이어 나가냐다.
 
   책과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방향은 거의 비슷하다. 나는 그들보다 먼저 그 길에 들어섰을 뿐이다. 인연이 되었다고 해서 그들 대신 책을 읽어 줄 수 없고, 글도 써 줄 수 없다. 다만 그 길에서 흔들리고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며 여기까지 왔을 뿐이다. 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라고 기억과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선택과 판단은 그들의 몫이다.
 
   우연처럼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 있다면, 누군가는 그 진심을 받아들이고 또 누군가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인연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다. 개강 첫 시간의 인사 한마디, 순간의 눈 맞춤, 수료하는 그날까지 그 모든 시간은 각자의 이유와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일을 앞에 두고 내가 살아오며 만나는 사람들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그들이 내 삶에 들어온 이유를 다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 만남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 마주한 인연을 소중히 대하는 일, 스쳐나가는 단 하루의 인연도 그 단순한 마음이 결국 모든 관계를 깊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내는 현명한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마음의 소리>에서 만나는 인연은 ‘내 마음이 부른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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