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글은 남을 가치가 있다
나는 ‘글’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깊은 사람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을 들여 써 내려간 문장들, 그 안에 스며 있는 생각과 감정, 지식과 정보, 보이지 않는 영혼의 결을 소중하게 여긴다. 그래서 모든 글이 질과 양을 떠나 하나도 빠짐없이 남겨지기를 바란다.
글은 한때 기득권 세력이나 지식인들의 전유물이었다. 때로는 권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다르다. 글은 특정한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 누구나 자신의 삶을 기록할 자유를 갖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쓰인 글들은 시공간을 넘어 서로를 잇고 하나의 흐름이 되어 역사를 이룬다.
한 철학자는, “나라와 민족에도 흥망성쇠가 있고, 사람과 사업에도 끝이 있지만, 글은 끝내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공감한다. 물론 종이에 남겨진 기록은 시간이 흐르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읽힌 글은 누군가의 기억으로 옮겨지고,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글을 남기는 일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미래를 향해 나가는 일이다.
보통 사람의 일기와 기록이 그 시대 배경을 담아 남아 있으면, 위정자들은 그 속에서 교훈을 발견해 더 나은 제도와 사회를 위한 법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문학이나 과학이라면, 누군가는 그 기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유와 창조를 이어간다. 세상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유는, 앞선 이들이 자기 생각과 경험을 글로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일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몫이 아니다. 평범한 우리의 삶 또한 글로 기록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고 고민하며 깨닫는 것들을 남겨 둔다면, 누군가는 그 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작은 이해가 쌓여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꾸어 간다.
그것이 사랑이다. 자신을 솔직하게 남기는 일은 자기 자랑이 아니다. 글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많은 사람에게 닿지 않아도 괜찮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닿아 그의 삶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충분하다. 사랑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백대현, 『커피 한 잔이면 지금 문턱을 넘을 수 있다』 본문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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