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분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
전업 작가도 매주 한 편의 글을 쉽게 써내지 못한다. 하물며 오랜 시간 세상일로 바쁘게 살아온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글을 완성해 제출하는 일은 고통에 가깝다. 막상 펜을 들면, 말문이 막힌 듯 좀처럼 문장이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의 글쓰기는 마치 둑에 막힌 물과 같다. 흘러야 할 물은 흐르지 못한 채 제자리만 맴돈다. 그러다 아주 작은 틈이 생기면 한 줄기씩 새어 나온다. 그 흐름은 시원하기보다 고통스럽다. 억지로 끌어낸 문장들, 버려지는 문장들, 다시 고쳐 쓰는 시간, 글쓰기는 그렇게 인내를 요구하며, 때로는 자신과 싸움을 견디게 만든다.
그런데도 그 시간은 헛되지 않다. 단단한 바위가 오랜 세월 물을 만나 조금씩 깎이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변화는 축적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주 미세한 균열이 생긴다. 소리 없이 시작된 균열은 한 번 벌어지기 시작하면 되돌릴 수 없다. 막혀 있던 둑이 무너지듯, 글 또한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때 우리는 ‘아, 내가 정말 글을 쓰고 있었구나,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구나.’를 깨닫는다.
물론 몇 편의 글로 한 사람의 재능을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글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결과물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부족함을 알면서도 펜을 놓지 않는 사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 내려가는 사람은 이미 재능 이상의 것을 지닌 사람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명과 소명이라고 말한다.
작년, 그렇게 글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 몇 명의 후배가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글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넘어, 글에 자신을 걸겠다는 결심으로 모였다. 이제 이들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프로의 세계로 방향을 바꾸었다. 글 쓰는 사람에게 완성은 없다. 이들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것은 그쪽을 향해 걷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각자의 속도다. 누군가는 빠르게, 누군가는 더디게 나아가겠지만,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신의 호흡으로, 자신의 문장으로,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써 내려갈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어제와 다른 오늘을, 지금과는 다른 내일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각기 다른 색깔의 가능성과 글을 대하는 진심을 한 사람씩 짧게 전했다. 그래서인지 선배라는 이름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누구도 그들의 시작을 막지 않았다.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은, 그 자체로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음을 선배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의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백대현, 모든 글은 남을 가치가 있다 (1) | 2026.04.24 |
|---|---|
| 백대현, 잘 쓰려 하지 말고 그냥 써라 (0) | 2026.04.23 |
| 백대현, 과거를 통과해 미래를 연 사람들 (0) | 2026.04.21 |
| 백대현, 글쓰기의 숨은 동력(動力) (0) | 2026.04.20 |
| 백대현, 왜 수고를 사서 하는가 (0) | 2026.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