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네 명의 꿈을 맡다
전교생 천여 명 가운데 열네 명이 신청했다고 한다. 숫자로만 보면 1%에 불과하지만, 어쩌면 그 1% 안에는 미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단순한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가 느껴졌다.
오전 9시, 계약서에 사인한 뒤 담당 교사에게 학생 명단을 넘겨받았다. 3학년 7명, 2학년 4명, 1학년 3명이다. 명단과 함께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쓴 자기소개서와 참여 이유도 들어 있었다. 글씨체마다 성격이 묻어났고, 기대와 긴장도 함께 스며 있었다.
학교에서 제시한 빡빡한 일정표를 보는 순간 잠시 숨이 막혔다. 대부분 수업이 글쓰기와 피드백으로 채워져 있었고, 최종 목표는 학생 각자가 자기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장르도 시, 소설, 수필 등 제각각이었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일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원고가 어느 정도 준비된 경우에도 두세 달이 걸린다. 그런데 서로 다른 열네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이끌어야 한다니, 솔직히 긴장감이 밀려왔고 막막함이 앞섰다. 물론 학교 일정과 결정에 따라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거나 기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 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오후 2시부터 네 시간 수업을 어떻게 이끌어갈지다. 서류를 넘기던 중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한 1학년 학생이 자기소개서에, “이 프로그램 때문에 이 학교에 지원했습니다.”라고 적어 놓은 것이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묘한 책임감이 밀려왔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동아리 활동일지 몰라도, 누구에게는 학교를 선택할 만큼 간절한 이유가 있었다.
시간에 맞춰 교실 앞에 섰다. 성격상 준비 없이 들어가는 수업은 처음이었다. 더 놀라운 건 학생들의 성향이었다. 14명 중 13명이 I(내향형)였고, 단 한 명만 E(외향형)였다. 글쓰기 강좌는 어른이나 학생들이나 내 모습이 그대로 나오는지 은근히 재미를 느꼈다.
그렇게 네 시간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는 녹초가 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하고 결정안 일이다. 평소 입버릇처럼 사명과 소명이라고 말해 왔으니, 누구에게도 힘들다고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잘 해내야 한다는 조급함보다, 학생들의 속도에 맞춰 순리대로 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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