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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교육

백대현, 알갱이는 글이 된다

by 백대현 2026. 5. 27.

알갱이는 글이 된다

 

 

 

내 마음에는 수많은 알갱이가 있다. 평소에는 어떤 알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의 말을 듣다가, 책을 읽다가 불현듯 딱 맞는 알이 움직인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얼른 그 알갱이를 붙잡아야 한다. 붙잡지 않거나 잠시 한눈을 팔면 조금 전까지 있었던 알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마치 꿈에서 깨어난 직후의 기억처럼 말이다.

 

알갱이를 잡으면 그 알이 생각과 만난다. 물론 생각이 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각도 내버려두거나 다른 일로 뒤로 밀리면 점점 흐려지고 여러 감정과 정보 속에서 방향을 잃는다. 그래서 생각이 왔을 때 붙들고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붙잡은 생각을 입 밖으로 내면 음성이 되고, 글로 옮기면 문자가 된다. 글쓰기는 보이지 않는 생각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바꾸는 작업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은 하루에도 여러 번 찾아온다. 어떤 이는 그 생각을 붙잡고 의미를 고민한다. 왜 이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 묻는다. 반면 어떤 이는 너무 흔하다고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그냥 흘려보낸다.

 

글을 쓰는 사람과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의 차이는 어쩌면 여기에 있다. 글을 쓰는 사람은 평범한 일상도 마음이 어지럽고 생각이 뒤범벅되어 있어도 쉽게 버리지 않는다. 그 안에 무엇인가 숨어 있다고 믿고 다양한 시선으로 골몰한다. 그리하다 보면 알갱이에서 작은 줄기 하나가 돋아난다. 그것이 글감이다.

 

그때 글 쓰는 사람은 서둘러 메모한다. 수첩을 꺼내 기록하거나 자판을 두드린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쓴다. 그렇게 남겨 둔 서투른 글은 작은 줄기가 된다. 고치는 과정 중에 줄기는 굵어진다. 줄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잎과 꽃을 피우게 하고 마침내 열매를 맺는다. 한 편의 글이 한 권의 책이 된 것이다.

 

글 쓰는 사람들은 아무리 작은 생각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니고 스쳐 가는 느낌일지라도 그 속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찾는다. 그것이 영감(靈感)이라고 이해한다. 사실 영감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선물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다만 그것을 알아차리고 잡는지 스쳐 보내는지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마음의 소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하는 메시지다. 글쓰기를 주저하는 많은 사람은 글감이 없어서 글을 쓰지 못한다고 말한다. 다 핑계다. 글감은 멀리 있지 않다. 우리 마음속에는 수많은 알갱이가 숨어 있다. 매일 써야 숨어 있던 알이 움직인다.

 

강조하건대, 글 쓰는 사람들이 말하는 영감은 저절로 오는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문득 떠오른 생각을 붙잡는 게 영감이다.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작은 알갱이 하나가 꿈틀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붙잡는 순간, 글은 이미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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