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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교육

백대현, 글은 언젠가 쓰는 것이 아니다

by 백대현 2026. 5. 23.

글은 언젠가 쓰는 것이 아니다

 

 

며칠 전, 젊음을 함께 보낸 선배의 암 소식에 충격받았다.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 될지 모른다는 선배의 말에 기분이 묘했다. 그가 일어서기 직전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지금이 참 감사하다. 내 인생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지고 내 삶에 동행했던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게 어딘가. 감사할 따름이다.”

 

선배가 돌아간 후, 두 가지를 묵상했다. 하나는 ‘죽음이 막상 닥치면 그 앞에서 담담할 수 있을까?’이다. 사실 가족이나 지인이 예고 없이 사라지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있다. 가는 사람도 남겨진 사람도 이별은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죽음을 두려워하며 살기보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기로 했다.

 

또 하나는, ‘내 인생을 정리할 시간과 동행했던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이 생각을 하자 문득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더 잘 쓰기 위해 온 <마음의 소리> 선생님들 앞에서 이런 취지의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글쓰기와 책 만들기를 위해 평생을 해왔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지만,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거나 살아있는 한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지인들이 서서히 사라지듯 나도 그럴 날이 올 것이다. 그러니 기회 있을 때 끝까지 했으면 좋겠다.”

 

물론 여기서 기회란 나를 통해 얻으란 말이 아니다. 다음으로 미룬다고 될 일이 아니란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내 삶의 가장 큰 화두는 글쓰기다. 직업적으로 하는 일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생각과 시간이 글쓰기로 향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생기면 쓰겠다고, 조금 더 준비되면 시작하겠다고, 여유가 생기면 책을 내겠다고. 그러나 삶은 내 계획표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는 언젠가 떠난다. 다만 그날이 언제인지 모를 뿐이다. 그러니 지금 하는 공부도, 마음속에 품고 있는 글쓰기도 미루어서는 안 된다. 기회는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는다. 특히 글은 언젠가 쓰는 것이 아니다. 지금 쓰는 것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날을 기다리며 뒤로 미루는 것보다, 조금 부족해도 당장 만드는 편이 낫다. 완벽한 원고를 준비하려다 평생 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부족한 원고라도 시작한 사람은 자신의 책을 갖게 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훗날 삶을 돌아보는 순간이 왔을 때, 필요한 말은 “그때 해볼걸”이 아니라 “그때 시작하길 잘했어”야 한다. 우리는 내 선배처럼 의사에게 시한부 판정을 받지 않았다. 심장이 뛰는 오늘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날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 글은, 언젠가 쓰는 것이 아니다. 지금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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