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이 내게 건넨 질문
지난 목요일 오후, <마음의 소리> 수업을 마치고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이십여 년을 함께했던 권사님이 소천하셔서 입관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 얼굴을 뵙고 돌아오는 길, 마음이 무거웠다. 불과 얼마 전에도 권사님과 비슷한 또래의 집사님을 떠나보냈고, 그전에는 장로님을, 또 그전에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선배님을 보냈다. 짧은 기간에 가까운 분들과 연거푸 이별이 쌓이면서 마음 한편에 허전함과 우울함이 생겼다.
얼마 전 읽던 책이 떠올랐다.
“앞으로 남은 인생, 당신은 누구와 살아갈 것인가?”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바꾼 질문이라고 했다. 그의 스승이 던진 이 한마디는 당시에는 선뜻 답할 수 없는 물음이었다고 했다. 질문은 마음속에 오랜 시간 남아 있다가 무려 17년이 지난 뒤 『만약 내일 죽는다면, 당신은 누구와 하루를 보낼 건가요?』라는 책으로 답했다고 한다.
책에는 자기 생각과 방식대로 살아가던 저자가 스승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삶에 하나씩 적용해 가며 성장해 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묻는 기록에 가깝다. 몇 가지 내용이 마음에 남았다.
“그렇고말고. 책만 한 것이 어디 흔한가? 책과의 만남이 사람과의 만남 이상으로 인생에 큰 기쁨을 주는 일은 종종 있다네. 나는 아무리 미디어가 진화해도 책은 세계 최고의 툴이라고 생각하네. 책은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엑기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거든. 생각해보게. 저자는 그 책에 모든 것을 쏟아붓지 않는가?”
저자의 스승이 책에 대해 한 이야기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된 뒤에야 스승이 한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 권의 책에는 글을 쓴 사람의 살아온 시간과 고민, 실패와 깨달음이 농축되어 있다. 우리는 책을 통해 한 사람의 삶과 만난다. 때로는 직접 만난 사람보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책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책이 내게 찾아온 시점은 저번 <마음의 소리> 마지막 주제인 ‘죽음’을 공부하고 있던 때였다. 이번 주도 그 주제를 만난다. 최근 몇 달 사이 여러 사람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하필 이럴 때 또 무거운 주제를 만났다. 몇 번 장례식장을 오가면서 마음속에는 늘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삶을 생각하는 일이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때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들은 더는 말을 건네지 않지만, 그들의 빈자리는 살아 있는 사람에게 많은 질문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마치 누군가가 내 앞길을 가로막고 서서 조용히 묻는 것 같았다.
저자에게 17년 동안 마음속에서 자라난 ‘만약 내일 죽는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또 누구와 하루를 보낼 것인가?’란 질문은 이제는 내 차례가 되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어쩌면 인생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답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오래도록 품고 살아갈 질문 하나가 우리의 방향을 바꾸고, 삶의 우선순위를 바꾸고, 오늘을 살아가는 태도를 바꾸는지도 모른다.
지금 먼저 떠나보낸 인생의 선배들을 기억하고 있듯,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누구와 함께하며, 무엇을 가장 소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인가.’를 대충 넘길 수 없다.
물론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한 완전한 정답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삶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라기보다, 좋은 질문을 품고 끊임없이 사유하는 여정에 가깝다고 본다. 그리고 그 사유의 흔적을 남기는 일, 어쩌면 그것이 한 사람의 삶을 더욱 깊고 의미 있게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일은 지금처럼 글 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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