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이태준은 “글은 마음의 사진이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다. 자기 글을 읽는 사람들은 자기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사람이므로 글을 쓰려면 내 마음속을 활짝 열어 보여도 수치스러움이 없도록 심경(心境)을 닦고 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쓰기는 나의 마음을 정제(精製)하여 세상에 내놓는 행위다. 내 마음속에는 살아오며 직·간접으로 보고 경험한 수많은 감정의 씨앗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는 이론에는 크게 성악설과 성선설이 있다. 출발은 다르지만, 삶의 질은 사는 동안 선과 악을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서는 같다.
두 이론은, 인간은 욕구와 욕망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존재임을 전제로 한다. 보통 사람은 이를 인지하는 데 그치지만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해결 방법을 찾는다. 독서와 글쓰기는 그 과정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도구다. 다만 독서가 받아들이는 행위라면, 글쓰기는 내면을 밖으로 꺼내는 행위다.
내 마음속에는 분노, 화, 욕심, 짜증, 불평불만 등 수많은 감정의 찌꺼기가 얽혀 숨어있다. 모양과 색깔이 제각각이라 쉽게 구분하기 어려워 찾기 힘들다. 철학자들은 이를 자기 자신이 순수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했고, 하루빨리 걸러내야 한다고 했다.
글쓰기는 걸러내는 과정이다. 수많은 감정이 내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다 보면 하루하루 사는 게 버겁다.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 씨앗을 하나 꺼내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본다. 즉 글을 쓰는 과정은 나의 불순물을 걸러내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수양(修養)과정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진짜 나를 찾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철학자들은 이를 ‘거울’로 비유한다. 나란 존재를 통해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생기고, 나는 점차 보편적인 존재로 나간다. 다시 말해, 자신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장단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강점은 더 키우고 약점은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힘이 생겼다는 의미다. 내 안에 갇혀 있던 생각이 글이 되어 밖으로 나오는 순간 글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내가 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야겠구나.’를 알게 되고 인간은 혼자 사는 게 아니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이들은 알아차린 것을 정제된 내 글을 세상에 내놓고 독자의 반응을 마주하며 나의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글쓰기는 나를 이해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중요한 행위다. 이태준이 말한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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