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연은 시작이고 선택은 길이 된다
본업 외에,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하나는 올해 정규 과정 1차 과제를 오늘부터 확인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과정을 마친 일곱 명의 책 출간을 준비하는 일이며, 마지막은 이 모든 과정을 마친 뒤 동아리 활동을 이어온 이들 대상으로 입회 원서를 받아 보완하는 일이다. 모든 일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있다.
처음 제출된 글을 읽을 때면 늘 긴장한다. 이들은 얼굴도, 나이도, 성별도,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모두 다르다. 그러나 글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내어 이곳에 앉아 있는지, 그 이유가 자유롭게 쓴 문장 사이에 스며 있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모였다. 그렇기에 하나의 방향으로 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립(而立)과 불혹(不惑)이 지난 이들이 대부분이기에, 누군가의 강요나 설득으로 이 과정에 남거나 다 동참하지 않는다. 종점에 이른 사람들은 어쩌면 자기 삶에 주어진 어떤 뜻과 역할을 스스로 받아들이려는 사람일지 모른다.
과정을 마치고 책을 내거나, 동아리 활동으로 이어지는 이들은 ‘실천’의 자리로 한 걸음 나아간 사람들이다. 성인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빠름과 늦음이 아니다. 언제 시작했느냐보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진심으로 꾸준히 이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로 칭찬하지 않는다. 오히려 늦게 시작했더라도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을 더 중요하게 바라본다. 일찍 시작했어도 자신의 방식에 갇혀 타인의 이야기를 흘려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늦게 시작했지만,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배움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시작은 바람처럼 다가온다. 그 바람의 의미를 붙잡느냐 흘려보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우연히 마주친 홍보 안내지 한 장, 아이를 생각해 들어간 홈페이지에서 눈에 들어온 이름,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이 자리로 이어진다. 세상일은 대개 우연처럼 시작되지만, 그 이후의 결과는 사람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숙제라는 이름으로 몇 줄 적어 보낸 글에도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다. 모든 시작은 그렇게 시작된다.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 앞에서, 우리 각자는 매 순간 자유의지를 마주한다. 철학자 사르트르가 말했듯, 찰나의 판단이 내일을 좌우한다. 오늘의 선택과 결정은 다른 단계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각자가 품은 마음의 크기만큼 길이 열리고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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