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강의교육

백대현, 글쓰기의 숨은 동력(動力)

by 백대현 2026. 4. 20.

글쓰기의 숨은 동력(動力)

 

 

시기와 질투는 부러움과 불편함 같은 미묘한 감정이 숨어 있다. 우리는 이를 하나로 묶어 부정적 감정이라고 부르지만, 두 가지 감정은 분명히 다르다. 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순간, 글쓰기만이 아니라 삶의 큰 힘으로 바뀐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시기를 ‘타인의 행복을 보며 느끼는 슬픔’이라 했고, 질투를 ‘사랑하는 대상이 타인에게 향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고통’이라 설명했다. 두 감정 모두 결핍과 상실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는 닮아있지만, 이후의 방향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고 했다.

 

시기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타인이 가졌을 때 생겨난다. 그래서 종종 상대를 깎아내리거나 부정하는 데 급급하다. 반면 질투는 내가 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이 감정은 지키려는 마음으로 이어지거나, 더 나아지려는 움직임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예를 들어 ‘저 사람은 나보다 글을 잘 쓴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를 떠올려 보자. 한쪽에서는 ‘나는 저 사람보다 못 쓴다.’라는 열등감 때문에 체념 상태가 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나도 저렇게 쓰고 싶다.’라는 바람이 생긴다. 전자는 멈춤 또는 포기 상태고, 후자는 성장의 방향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글 쓰는 사람에게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글쓰기 출발은 결국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일이다. 자신의 감정조차 분별하지 못한 채 더 나은 글, 더 멋진 글을 쓰겠다는 것은, 뿌리 없는 나무가 열매를 맺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이는 자기를 깎아내리며 멈추고, 어떤 이는 그 감정을 발판 삼아 한 걸음 나아간다. 이 차이는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에서만 드러난다. 만약 내 감정이 시기라면 굳이 밖으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조용히 성찰하면 된다. 반대로 질투라면, 이미 더 나은 글을 쓰기 위한 준비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방향을 바꾸는 일이다. 시기는 아래로 끌어내리는 힘이라면, 질투는 위로 끌어올리는 동력이 된다. 비슷해 보이는 감정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부럽고, 불편하고, 때로는 초라하게 느껴지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을 글로 옮겨야 한다. 그 글이 불편하다면,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 담아두어도 좋다. 글은 처음부터 잘 써지지 않는다. 그러니 잘 쓰기 이전에, 솔직하게 쓰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비교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왜 나는 저렇게 못 쓸까?’라는 질문은 걸음을 멈추게 하지만, ‘어떻게 하면 저렇게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한 발짝 나아가게 만든다. 질문 하나가 생각의 흐름을 바꾸고 행동을 바꾼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반복이다. 글은 재능 이전에 축적의 결과다. 매일 한 줄이라도 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한 차이가 난다.

 

시기와 질투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그 감정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글쓰기 실력만이 아니라 삶의 방향도 달라진다. 글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 지금 마음속에 일어나는 그 미묘한 감정을 외면하지 말고, 그대로 글로 써야 한다. 그 순간부터 감정은 짐이 아니라, 글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다.

 

글을 쓰기 위해 나선 사람은, 나카타니 아키히로가 말한 “글쓰기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다가올 미래를 그려볼 좋은 기회다. 그러나 몸과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고 풍부한 지식을 과시하기 위해 쓰는 글은 자신의 앞날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를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