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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교육

백대현, 낙선보다 중요한 경험

by 백대현 2026. 6. 9.

낙선보다 중요한 경험

 

 

사무실과 교회, 그리고 집이 내 걸음 속도로 이십여 분 간격으로 한 줄처럼 이어져 있다. 그렇게만 살아오던 십여 년 전 어느 날, 한 사십 대 여인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날 이후 내 삶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비록 그녀와의 만남은 온라인에 올린 한 편의 글로 이어진 인연이었지만,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시작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참가했던 백일장이었다.

 

당시 나는 그림그리기 대표로 참가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한눈에 마음에 들어온 아이를 본 이후, 이상하게도 그림보다 책과 글쓰기에 가까워졌다. 그 아이는 내게 글쓰기의 동기를 만들어 준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여태 이어졌고, 그동안 받은 혜택을, 청소년을 비롯해 후배에게 돌리기 위해 내 발로 협회에 들어가 활동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아주 작은 계기나 인연으로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겐 그게 백일장에서 만난 그 아이였다.

 

백일장은 조선 시대 선비들이 야외에 모여 시문(詩文)을 짓던 시험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실력을 겨루고 서로 교류하는 문학의 축제와도 같은 자리다. 백일장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장에서 주어지는 시제(글감)와 제한된 시간 안에서 글을 완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평소 편안한 분위기에서 쓰는 글과 달리 긴장감 속에서 자신의 사고력과 문장력, 순발력을 시험받게 된다. 그래서 백일장은 단순히 운으로 되는 자리가 아니다. 평소 얼마나 꾸준히 읽고 쓰며 생각했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또한 백일장은 자신의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원고는 공정한 심사대 위에 올라가고, 참가자는 결과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과 가능성을 동시에 마주하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감을 주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된다. 무엇보다 백일장은 신진 문인을 발굴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꼭 권위 있는 문학상이나 신춘문예가 아니더라도, 역량 있는 신인을 발견하는 출발점이 되곤 한다. 실제로 많은 글쟁이들이 백일장 입상을 계기로 본격적인 글쟁이의 길로 가고 있다.

 

백일장에서는 같은 고민과 꿈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서로 말할 기회는 없다고 하더라도,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묘한 유대감이 생긴다. 그래서 입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평소 자신이 쓰지 않던 주제를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글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깊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고민한 사람이 더 넓고 더 깊은 글을 오랜 시간 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말은 백일장은 순위를 매기는 경쟁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는 용기를 주고, 이미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창작의 열정을 일깨워 주는 자리다. 이번 백일장에는 <마음의 소리> 선생님들도 여러 명 참가했다. 작년보다 입상자 수는 줄었지만, 이번 경험이 앞으로의 글쓰기 인생에 더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는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도 계속 쓰려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입상한 분들에게는 진심 어린 축하를, 아쉽게 결과를 얻지 못한 분들에게는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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