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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교육

백대현, 함께 쓰는 글의 힘

by 백대현 2026. 6. 17.

함께 쓰는 글의 힘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고독한 시간에서 시작된다. 그 글을 누군가와 함께 읽고 나누는 순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길이 열린다. 혼자서는 보지 못했던 문장의 결을 발견하고, 막혀 있던 생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글쓰기 모임이 가진 가장 큰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문학사를 돌아보아도 이러한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근대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동인지 《창조》 역시 뜻을 함께한 문인들의 모임에서 시작되었다. 김동인, 전영택, 주요한, 최서해, 이광수 등 당대의 문인들은 서로의 글을 읽고 토론하며 새로운 문학의 방향을 모색했다. 혼자의 재능이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 근대문학의 토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러시아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는 “글쓰기는 사회적 행위”라고 말했다. 그의 <사회적 구성주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언어와 지식은 혼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고 본다. 글쓰기 역시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질문받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

 

문학회나 글쓰기 동아리에서 이루어지는 합평은 단순히 오탈자를 고치는 일이 아니다. 서로의 생각을 자극하고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게 만드는 창작의 과정이다. 때로는 한 사람의 질문이 막혀 있던 문장을 열어 주고, 한 사람의 경험이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혼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지점에 함께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담화 공동체 이론>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공통의 목표를 가진 공동체가 개인의 글을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글을 혼자 쓸 때는 방향을 잃기 쉽다. 하지만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고, 함께 배우는 동료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생긴다. 꾸준히 쓰게 되고, 작가로서의 정체성도 빠르게 형성된다.

 

문학회(동아리)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상대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 묘사를 잘하는 사람, 서사를 잘 짜는 사람,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사람, 날카로운 합평을 해 주는 사람. 서로 다른 강점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할 때 배움은 배가된다. 무엇보다 글을 매개로 형성된 관계는 단순한 친목을 넘어 정서적 지지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세계 역시 넓어진다.

 

<마음의 소리>를 수료한 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여러 글쓰기 동아리가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음글벗’, ‘생글생글’, ‘글마중’, ‘작심’, ‘대단한 사람들’, ‘글방’은 단순히 글을 쓰는 모임이 아니다. 서로의 글을 기다려 주고, 응원해 주고, 때로는 솔직한 조언을 건네며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다.

 

글은 혼자 쓰지만, 작가는 혼자 자라지 않는다. 좋은 글은 좋은 독자를 만나고, 좋은 동료를 만날 때 더욱 깊어진다. 누군가의 문장을 읽으며 새로운 시선을 배우고, 누군가의 응원 속에서 다시 펜을 들 용기를 얻는다. 그래서 <마음의 소리>는 문학회와 글쓰기 동아리를 권한다. 글은 혼자 시작되지만, 함께할 때 더 멀리 더 오래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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