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스란히 떠안게 될 현실 문제
“문화체육관광부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학생들이 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를 제외한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가운데 하나 이상을 읽거나 들은 비율인 ‘종합 독서율’은 2024년 95.8%에서 2025년 94.6%로 하락했다. 이 비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중이다.” _J 일보 기사 일부
최근 J 일보 기사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독서 행태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을 읽었다. 책을 만들고 글을 쓰는 사람 관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사였다. 이 통계에는 특히 세 가지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첫째, 공부하기 위한 책 외에는 아예 읽지 않는 학생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사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교과서·학습참고서·수험서는 제외됐다고 한다. 이 말은 시험공부나 숙제를 위해 억지로 읽는 책이 아니라, 일반 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을 1년 동안 단 한 권도 읽거나 듣지 않은 학생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핵심은 분명하다. 자발적 독서가 학생들의 일상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이제는 ‘종이책 대신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옮겨 간 것뿐’이라는 위안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독서 방식이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달라졌을 뿐이라고 말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모두 합친 ‘종합 독서율’이다. 그 수치마저 떨어졌다는 것은, 접근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독서 자체가 생활에서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학생들은 그 시간을 독서보다 유튜브, 숏폼, 게임 같은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 쓰고 있는 셈이다.
셋째, 이것은 문해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신호라는 점이다.
독서율의 지속적인 하락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청소년 문해력 저하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긴 글을 읽고 맥락을 이해하는 힘이 약해지면 책 읽기 자체가 더 버거워진다. 그리고 책 읽기가 힘들어질수록 학생들은 책을 더 멀리하게 된다. 독서 부족이 문해력 저하로 이어지고, 낮아진 문해력이 다시 독서를 가로막는 악순환이 이미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성인 종합 독서율 통계를 보고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그래서 글쓰기 수업 때마다 잠재적 위험을, 목소리 높여 전했다. 이제는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까지 같은 흐름 안에 있다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다. 학생들이 학습을 위한 독서는 어느 정도 유지될지 몰라도, 스스로 교양을 쌓고 즐거움을 얻기 위해 책을 찾는 ‘일상적 독서 문화’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근거다. 물론 지금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머지않아 우리 사회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현실 문제다.
생각해 보면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간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거나,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연출되는 장면들이 낯설지 않다. 물론 이런 현상을 모두 독서 감소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깊이 읽고 오래 생각하며 타인의 마음을 상상하는 힘이 약해진 사회와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독서의 붕괴는 단지 책을 덜 읽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학교와 가정, 사회 전체의 정서와 언어, 그리고 공감의 토대를 흔드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얼마 전, K 초등학교 독서동아리 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책 읽는 법과 글 잘 쓰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반가운 마음으로 다녀왔다. 어쩌면 이런 작은 움직임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학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삶을 더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해 책을 읽는 경험을 더 늘렸으면 좋겠다.
'강의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백대현, 글쓰기를 가로막는 세 가지 (0) | 2026.07.06 |
|---|---|
| 백대현, 조회 수에 담긴 내 철학 (0) | 2026.07.03 |
| 백대현, 진짜 글쟁이가 되는 과정 (0) | 2026.07.01 |
| 백대현, 시가 노래가 되는 순간 (0) | 2026.06.24 |
| 백대현, 고쳐쓰기 문을 열기 전에 (0) | 2026.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