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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교육

백대현, 지금 쓰는 사람

by 백대현 2026. 7. 13.

지금 쓰는 사람

 
 
매년 수업하다 보면 오래 마음에 남는 사람이 있다. 강사를 대하는 말 한마디, 질문하는 태도, 과제를 대하는 자세가 남다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이분은 언젠가 훌륭한 작가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생긴 직관 능력이다. 오랜 시간 책과 글을 가까이하며 살았고, 출판 일을 하며 많은 작가를 만났으며, 수년간 해온 수업을 통해서 오래 글을 쓸 사람에게서만 풍기는 어떤 분위기를 찾은 결과라고 본다. 물론 나의 판단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가능성을 마음에 담아 두었다가 기회가 되면 직간접적으로 전한다. 어떤 사람은 그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사람은 흔한 격려 정도로 여기며 웃어넘긴다.
 
글쓰기에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사람을 알아보는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째, 언어에 자신만의 리듬이 있다.
글은 언어의 배치다. 타고난 감각이 있는 사람은 글을 쓰기 전부터 대화 속에 이미 자신만의 문체와 리듬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주제를 이야기해도 단어의 조합이 신선하고, 감정을 표현할 때도 익숙한 문장보다 자신만의 비유를 찾아낸다.
 
둘째,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는 관찰력이 있다.
글쓰기에 재능 있는 사람은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그러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절대 평범하지 않다. 남들이 지나치는 풍경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사소한 행동 하나에서도 삶의 본질을 읽어낸다.
 
셋째, 집요한 몰입의 힘이 있다.
글쓰기 재능의 절반은 엉덩이의 힘이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 정신적 지구력도 포함된다. 어떤 주제에 마음이 꽂히면 끝까지 파고들고, 피드백을 받으면 자존심 보다 배움과 성장을 선택한다. 썼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밤새 고민하다가 다시 이불에서 나오는 사람은 이미 작가의 기질을 갖고 있다.
 
넷째, 정서적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글을 쓰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 침묵 속에 숨은 마음을 읽어내고, 영화나 책을 접하면 등장인물의 심리를 깊이 이해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의 가능성을 짐작하게 된다.
 
다섯째, 강한 내적 욕구가 있다.
이들에게 글쓰기는 과제도 취미도 아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생각과 감정을 견디는 데 필요한 하나의 과정이다. 일기와 메모를 습관처럼 쓰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기록한다. 수업에도 성실하게 참여하며, 출석과 과제를 스스로 책임진다. 글쓰기가 이미 삶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자질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서 반드시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 판단과 다르게 처음에는 특별한 재능이 없어 보였던 사람이 끝내 작가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재능은 출발선일 뿐이다. 진짜 작가를 만드는 것은 한 줄을 더 쓰고, 한 번을 더 고쳐 쓰고, 포기하고 싶은 날에도 다시 원고 앞에 앉는 성실함이다.
 
“자신을 믿으십시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지금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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