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면서
“잘 모르겠습니다. ○○님과 이야기하는 게 편합니다.”
모 청년이 대화하는 도중에 내게 한 말이다.
“○○야, 나는 내 자신의 발전을 위해 인터넷에서 클럽활동을 했는데 일부 회원에게 모임의 정신적 지주라는 말을 들었단다. 아마 오랜 시간 한결 같은 마음으로 그들을 대한 이유와 모임 내에서 평소 행위를 보고 그리 판단한 거라고 여겨진다. 나는 클럽 게시판과 개인 블로그에 시간이 날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나 생각을 거짓 없이 알렸고, 상대의 댓글도 받아들이면서 해당 주제에 대한 참과 거짓을 책이나 자료를 연결하여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내가 그런 노력을 하는 이유는, 모든 인간은 자신에 대한 생각, 사상, 이념 등은 표출(表出)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인간이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와 상대가 서로가 자신의 머리와 마음에 있는 것을 편견 없이 교류할 때 서로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는 평소 가짐을 실천했다는 거지. 물론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을 갖기까지 현재 내가 가진 신앙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 네가 내게 편하다고 말한 것도 너의 모든 이야기를 내가 그 바탕 위에서 사심(私心)없이 받아주었기 때문일 거야….”
얼마 전, 모 집사가 나의 가게 겸 사무실을 사랑방에 비유하며 말한 적이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들락날락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칭찬으로 받으면서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것은 제 능력과 하등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내 개인적으로 가장 귀하게 여기는 분들 즉 목사님들부터 동네 불량배까지 가지각색 사람들이 모여들고 또 그들에게 물건을 팔려다 보니 그들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했을 겁니다. 그 노력은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고 맞장구를 쳐주면서 내 편으로 만들려는 몸부림 아니었겠습니까? 그것은 세상 사는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일거구요.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는 그가 돌아간 후 못다 했던 말을 혼자서 중얼거렸다.
‘훌륭한 인격을 가진 목사부터 동네 건달 사이에는 목회하는 분들 중에도 양아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었고 양아치 중에서는 오히려 목사를 비롯한 교역자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크게 가진 자도 있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을 통해 한 가지 확신하게 된 것은, 목회하는 사람들은 다 선하고 동네 양아치는 다 나쁘다는 선입견(先入見)을 버렸다는 것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똑 같은 죄인일 뿐이다.’
내가 청년에게 말하다 중단했던, 모임에서 정신적 지주라는 말을 들은 것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이유도 포함될 것 같다.
모임에 나가 보면 세상 팔도에서 모인 남녀가 자리를 차지한다. 술, 담배도 흔하게 하고 노래방이나 나이트클럽도 가고 어쩌면 흥청망청하는 분위기지만 내가 기독교인이라 해서 그 자리를 무작정 박차고 나오지 않았다. 그런 무리 속에는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거짓말을 비롯한 더 큰 죄를 범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비록 아직 주님을 영접하진 않았으나 행실이 바른 사람들도 있었다. 다만 기도문을 통해 그들을 위해 기도했고 틈만 나면 왜 하나님을 믿어야 하는 지를 간접 설파(說破)했다. 물론 교제 중에 상대가 하나님의 명령에 반대 행위를 하고 있다 해서 그들을 나무라지도 않았다.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우리 인간의 죄는 백지 한 장 차이라는 것을 새기고 있었고 또 교만(驕慢)과 무지(無知)에서 오는 언행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편하다고 말을 했던 그 청년의 마음에는 이미 대못이 되어 박힌 상처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목회를 하는 사람이 아니고 교회 밖으로 나오면 교인이자 세상에서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열심히 살고 간절하게 기도만 하면 된다는 어쩌면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는 신앙의 멘트만으로 그를 위로해 줄 수는 없었다. 신앙의 발전과 변화를 통해, 그의 마음에 평안(平安)을 주는 것은 솔직히 나로서는 아직 할 수 없고 그것은 하나님의 계획과 역사와 하나님의 일을 하는 분들에게 일단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이어서 해주고 싶었다.
지금 네 맘에서 요동(搖動)치는 불편한 것들, 즉 가족 간의 불화나 아니면 직장 및 사생활 문제 등은 무조건 엎드려 기도만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고 그것을 해결하려면 그 전선에 직접 나가야 한다. 네가 결혼을 하고자 한다면 상대 이성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지 걸음을 옮기지도 않으면서 이성이 내게 와서, “우리 결혼 할까요?”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기도만 하면 네 반려자까지 하나님이 역사해 주실 것’이라는 목회자들의 막연한 논리(?)만 믿고 한없이 기다리지 말라는 것이다. 네게 닥친 모든 문제는 영적인 흐름에서 온다. 아직 그 흐름을 온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너나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믿음이 약하거나 기도가 부족해서 오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진리임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 중의 하나일 뿐이다.
나는 그 청년에게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좀 더 강하고 좀 더 간절하게 기도하게 할 수 있는 마음이 우러나게 해주거나 그가 그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인생과 신앙의 선배로서 책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청년에게 우러날 수 있는 마음을 주려면 우리 마음에서 사심을 없애야 한다. 즉 사심 없이 그의 말을 들어 주어야 한다.
이 책은, 전문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의 한 사람으로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웠던 청년에게 ‘사심 없이 받아 주었기 때문일 거야’ 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현재 외형적인 교회에 뚜렷한 목적이나 목표 없이 출석하는 교인이나 아직도 주님을 알지 못해 세상에서 길을 몰라 방황하고 가슴에 여러 갈래의 색깔로 고민하는 자들이 주님을 영접하고 주님을 통해 영과 육적인 문제를 해결 받고 또 영원한 생명의 길로 가는 데 티끌만큼의 역할을 하고 싶어서 준비했다. 우리 각자가 하나님을 알고 믿게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계획과 역사이지 인간의 역량 때문이 아니다. 어떤 이를 전도한 사람도 누군가에 의해 하나님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 사람도 서로 그 원리만은 수용(受容)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서 공존 공생하는 모든 인간은 각자 하나님께로 온전히 가는 데 있어 서로에게 동역 및 동행자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사랑의 눈으로 지켜봐 주신 주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며 지금까지 내 신앙의 발전에 도움을 주신 담임목사님을 비롯한 신앙의 모든 선, 후배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를 표한다.
2014년 늦은 가을
일터에서 백 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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