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살이는 아니야
마을명도 몰라
그 흔한 버스조차도
거의 볼 수 없는 곳.
그런 데서,
나 홀로 멍청히 서있다.
넓은 아스팔트 위를
서러운 내 가슴을 비웃으며
화살보다 빠르게 달리는
여러 쇠붙이들.
어느덧, 하루를
찜통 속으로 몰던 태양
슬그머니 저 산 뒤로 숨고
나의 땀과 외로움만이
뉘엿해지는 거리로
흐른다.
깔린다.
항상 이럴 때마다
삶을 떠올려
나만 이런
고독과 역경의 거리에 서서
겨우 세상 한부분에서
뱅뱅 돌다 죽어가는 하루살이처럼
생을 죽여 가는가?
저 산 녹빛사이에서
도시에서는
볼 수도 없는
편안한 바람이
내게로 오면.
빨간 핏줄 선 나의 눈을 감싸 준
꺼풀이 스르르 서로 붙는다.
그 속에서 또렷해지는
내 생의 동행자들의 얼굴.
포기의 늪에서 젖어 있다가도
그들의 미소 다시 보고파
늪을 헤친 수가 벌써 여러 번.
가끔,
이런 바퀴 같은 인생이 싫어서
그 틀을 벗어나 잊으려 하지만
언제나 나의 걸음은
똑같은 자리.
분명
나는 하루살이는 아니야.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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