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작모음

나는 하루살이는 아니야

by 백대현 2015. 8. 1.

나는 하루살이는 아니야

 

 

  

   을명도 몰라

   그 흔한 버스조차도

   거의 볼 수 없는 곳.

   그런 데서,

   나 홀로 멍청히 서있다.

 

   넓은 아스팔트 위를

   서러운 내 가슴을 비웃으며

   화살보다 빠르게 달리는

   여러 쇠붙이들.

 

   어느덧, 하루를

   찜통 속으로 몰던 태양

   슬그머니 저 산 뒤로 숨고

   나의 땀과 외로움만이

   뉘엿해지는 거리로

   흐른다.

   깔린다.

 

   항상 이럴 때마다

   삶을 떠올려

   나만 이런

   고독과 역경의 거리에 서서

   겨우 세상 한부분에서

   뱅뱅 돌다 죽어가는 하루살이처럼

   생을 죽여 가는가?

 

   저 산 녹빛사이에서

   도시에서는

   볼 수도 없는

   편안한 바람이

   내게로 오면.

   빨간 핏줄 선 나의 눈을 감싸 준

   꺼풀이 스르르 서로 붙는다.

   그 속에서 또렷해지는

   내 생의 동행자들의 얼굴.

 

   포기의 늪에서 젖어 있다가도

   그들의 미소 다시 보고파

   늪을 헤친 수가 벌써 여러 번.

   가끔,

   이런 바퀴 같은 인생이 싫어서

   그 틀을 벗어나 잊으려 하지만

   언제나 나의 걸음은

   똑같은 자리.

   분명

   나는 하루살이는 아니야.

 

   백대현.

'자작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무 해만에  (0) 2015.08.01
아직도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  (0) 2015.08.01
그 고마움 한 가지 /백대현  (0) 2015.08.01
가까이 있으면  (0) 2015.07.31
왜 앞보다 뒤에 미련이 남아 있을까요  (0) 201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