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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백대현의 '십 대 때 그 친구'

by 백대현 2021. 4. 11.

십 대 때 그 친구(침목)

 

 

아무도 모른다.

이 철길에

십 대 중반에 왔다 간 것을

 

잠시 머뭇거리자

주름투성이 침목(枕木)

눈꺼풀 간신히 열고

날 아는 듯 묻는다.

“설마, 네가 그때 너니?”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의심했다.

여태 숨을 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한참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에게 미안했다.

이젠 눈이 어두워져

서로에게

색 바랜 흑백 사진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

또 볼 수 있을까

십 대 때 그 친구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까

젖은 눈시울,

봄바람이 가린다

 

백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