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지 마세요
이생 떠나려니
피 같은 눈물 멈추질 않네
어차피 작정한 거 빨리 가야지
스무 알 캔에 넣고
벌컥벌컥 마셨지
고작 이렇게 살다 가는 거야
너무 힘들어서
먼저 가려고
모두 미안해
날 낳아준 분들에게
예의는 있어야지
못난 나 때문에
가슴에 시커먼 멍
안고 살 텐데
인사는 하고 가야지
모니터에 완결 안 된
문장 하나 눈에 띄고
읽는 찰나, 구급차 불러
썩는 내장 청소했어
새 삶, 보름달처럼 떠오르고
길거리 걷다 보면
날 보고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는 이들 있어
글은 생명 주는가 봐
글 쓰는 사람들
죽어가는 이, 다시 살리는
요술부리는 사람들인가 봐
당신이여,
당신이 단 한 생명 살릴 수 있다면
눈 아프고 온몸 쑤셔도
그 재능,
땅에 묻지 마세요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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