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다르지
백대현
여기에 오고 싶지 않았어
이미 다녀온 그들 얼굴이
다 잿빛이었거든
귀띔도 해주었어
그곳 길은
머리 할큄 당한 돌멩이
팔 다리 찢긴 흙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다고
직접 봐야 했어
그들 말이 천 번 만 번 맞더라고
어제 내린 비로 생긴 두 뼘 웅덩이 속에서
돌멩이와 흙이
아직도 숨을 가삐 쉬고
그들 틈에서 붉은줄지렁이 한 마리도
비비꼬고 있더라고
지렁이가 몹시 불쌍해서
막대기 하나 들고 생각했어
뭐가 다르지?
지렁이가 말했어
“여긴 내 최고의 안식처(安息處)란다.
그러니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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