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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정서연령(情緖年齡) 4.

by 백대현 2015. 7. 18.

정서연령(情緖年齡) 4.

 

 

 

대체로 보통 사람들은 울화가 치밀어 바람의 속도로 뛰어가 금방이라도 그들을 개 잡듯 할 것이다. 좀 더 나은 처신을 하는 자는 그 후에 벌어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법적 개연성을 생각해서 경찰을 대동하여 함께 들이 닥칠 것이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정신연령이다.

 

서두에 예를 들었던, 평탄히 살았던 남자와 공주병 여자의 반응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인 언행이 예상된다. 몽둥이를 들던 지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지인이나 경찰을 동원하여 그들을 무지막지(無知莫知)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함께 있는 두 사람을 앞에 두고 자신의 목소리를 최대로 하여 삿대질도 할 것이다.

 

“감히, 이럴 수가 있어!! 내가 너에게 얼마나 잘했는데 뭐가 부족해서... 이 배은망덕한 인간아, 내가 너를 어떻게 했는 데 이럴 수가 있어!!! 으아앙, 나 못살아 니 ××들 콩밥을 먹어 봐야 돼!! 으악~~~”

 

허나 젊어서 고생했던 남자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는 그 여자는 모텔을 앞에 두고 먼저 폭포수와 같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내 아내가 내 남편이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리라고는 예상이나 상상도 못해봤다. 다리에 힘이 빠져 아무도 것도 할 수 없다. 앞이 캄캄하고 내 자신이 어찌 해야 할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충격 속에 있는 건 전자의 사람들과 똑같지만 입에서나 몸에서 나오는 액션은 확연히 다르다.

이것이 정서연령이다.

 

나는 소위 딴짓하는 사람들을 옹호하기 위해서 또한 고생했던 남자나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는 여자가 뒤돌아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감정절제가 뛰어남 등으로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남자가, 살기 위해 지방 곳곳을 전전하고 그래서 한 번도 자신의 아내를 따뜻하게 안아 주지 못했던 못난 자신으로 인해, 남의 집 파출부 생활을 하며 여자이기를 포기했던 자신의 아내의 가엾은 모습이 먼저 보였을 것이고

 

뭇 남자에게 웃음을 팔고 어쩌면 몸까지 팔아가면서도 잠을 이루지 못해 눈물로 한숨짓던 엄마가 왜 그래야만 했는 지를 잠든 자신의 귀에 대고 속삭였던... 그걸 기억하는 여자는...

내 사랑하는 아니 사랑했던 이가 모텔 방에 갈 수밖에 없었던 전후사정을 직접 듣고서야 다음 행보를 하려 하는 마음 가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받고만 살았던 부족함이 없이 살았던 사람들은 모든 화살을 상대에게 돌린다. 자신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상대가 한없이 밉고 그 배신에 치를 떤다.

 

...e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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