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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정서연령(情緖年齡) 3.

by 백대현 2015. 7. 18.

정서연령(情緖年齡) 3.

 

 

 

사람들이 모텔 방 이야기에 궁금해 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뜸들이는 차원에서 이야기의 방향을 잠시 바뀌어 보기로 했다.

 

신비롭고 황홀한 향을 내뿜는 천리향과도 같은 가을 향기가 내 주위에서 맴 돌고 있다.

나는 비록,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니체가 ‘나는 가을에 태어났다’할 정도로 그 만큼 가을을 사랑한다고 말하기엔 부족하지만 나도 가을을 보통사람만큼은 사랑한다. 사실 나도 늦가을에 태어났기 때문에 할 말은 있다.

 

지금 위에서 내가 하는 말과 두 가지 예를 읽어 본 사람들은 불만일 것이다. 자꾸 예만 들고 정서연령에 대한 결론은 미루는 나에게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예문으로 정서연령이란 단어를 이해하려면 아직도 부족하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남자는 가을에 유난히 작아진다. 모 작가는 중년 남성들을 보면서 자신의 글에 사추기(思秋期)란 어휘를 써서 표현하기도 했다. (이 또한 사춘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하면서 궁금증을 가지겠지만 다음 기회에 사추기를 주제로 쓸 시간이 있을 것 같다.)

 

‘남자는 가을에 유난히 작아진다’ 를 다른 말로 하면 ‘남자는 가을에는 고독하고 쓸쓸함을 타서 어깨가 움추려 든다’로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문장에 남자의 위선(僞善)과 가식(假飾)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자신의 현재가 고통스럽고 역경이 겹겹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멋(?)을 풍길 수도 있지만 남자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폼을 잡는 다는 것이다.

 

이번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여자를 보자.

여자도 인간인 이상 남자와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겠지만 분명히 남자와는 그 가슴에 차이가 있다.

남자는 가을이란 겉옷을 입고 위선과 가식이란 속옷을 입고 있지만 여자는 가을이라는 똑같은 옷을 입고도 그 속은 전보다 더욱 진실해지고 깊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서두에서 정신연령과 정서연령을 짧게 구별했었다.

정신연령은 사고나 감정을 다스리는 인간의 마음이라고 했는데 일반적인 인간의 마음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정서연령은 개인의 감정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길게 말하자면, 예로 들었던 4명의 사람들, 내가 가을을 보내면서 가진 미묘한 감정들은 모두 개인이 살아온 배경, 즉 가정이나 사회 생활 등 경험에서 어떠한 사물에 대해 보는 가치관(價値觀)이나 감정에서 그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모텔 방에 내 남편과 아내가 있다. 다른 이성과 함께 있다는 것이다. 무엇을 했는지는 현재 시점까지 둘 외엔 아무도 모른다.

 

...4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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