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가 내게 말해 주고 있다
내리는 비를
우산을 접은 채
온 몸으로 맞이한다.
비로 인해 옷이 젖어서일까
오래전부터 식은 마음 때문일까
자꾸 고개가 바닥으로 향한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이 틀린 것인지
내게 판단할 능력은 없다지만
답답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모두가 옳다.
나는 그렇게 배웠다.
자신의 생각을 각기 가진 인간은
모두가 옳은 것이다.
다만 저 사람과 조금 다른 것일 뿐
틀린 건 아니다.
모두가 그 정도만 이해하면
하나가 될 수 있는데
사랑할 수 있는데
나만 옳고 저 사람은 틀리다고 말한다.
나도 그들처럼 말하면 나도 그들과 같다.
그래서 입술을 꿔 매야 한다.
같아지지 않기 위해
세상을 이렇게 창조하신 분의
계획하심이 있기 때문에
나는 답답한 찌꺼기를
지금 내리는 비에 담아
흐르게 하고픈 마음뿐이다.
그 정도면 내가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라고
이 비가 내게 말해 주고 있다.
글 :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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