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내가 무서워서
어제는 오랜만에
밤 산책을 했다.
나는 밤 산책을 무척 좋아한다.
잡히는 대로 낡은 추리닝을 걸치고
가장 편한 걸음 중에
평소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생각은
때에 따라 다르다.
어제는 최근 몇 주 동안
분주했다는 핑계로
가져보지 못했던 ‘나’ 를 화두로 삼았다.
화두만 있으면,
혼자서도 몇 시간을 때우고도 남았던 내가
어제만큼은 머리가 백지상태였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하며 사는 지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았다.
찰나, 깜짝 놀라는 나를 발견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내 삶의 가장 중심에 자리했던
책과 글을 뒤로 하고 잊고 산지가
너무 길었던 것이다.
그 순간, 먹고 살기 위함으로
서서히 바람 되어 사라져 가는 내 자신에게
아쉬움과 가여움이 엄습했다.
사라져 가는 내가 무서워서
지금 나는, 아무런 중심(?)도 없는 글을
무작정 쓰고 있는 것이다.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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