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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바람을 벗 삼아

by 백대현 2015. 7. 30.

 바람을 벗 삼아



든 적든 하루 일을 마감하고 나면
습관적으로 가게를 벗어난다.

가게 근처를 배회하거나
건너편 공원을 걷기도 하고
나름대로 화두거리를 찾아보려고
가끔은 쓸데없는 생각도 한다.
그래야만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별색 사람이다.

희한하게도 한 사람이 사라지면
또 다른 사람이 등장하는
끊어지지 않는 그 대상들을
한가함을 이용하여 떠올려 보면
그들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해서
몇 만원을 갈취해 간 그 사람이나
방세가 없어서 쫓겨날 형편이라는 말로 동정을 얻어
방세를 빌려 사라진 그 사람이나
오갈 데 없어 가게의 한 쪽을 이용해
잠을 자던 그 사람이나
젊은 나이가 빚에 눌려
라면과 빵으로 때우던 그 사람이나
귀신에 사로 잡혀
허무맹랑한 말만 일삼던 그 사람이나
아이들은 이런 저런 질병으로 힘들어 하고
남편은 평탄치 못한 직장 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그로 인해 자신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그 사람이나
기타 등등...

아무런 연관도 없는 그들에게
열을 올리고 침을 튀겨 가며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나는 누구이고 또 무엇인가...

오늘도 나를 찾으려
바람을 벗 삼아 잡풀을 대상삼아
어둑어둑해지는 공원 길을 걷는다.

글 :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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