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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생각과 결단을 하게 하는

by 백대현 2015. 7. 30.

생각과 결단을 하게 하는



린이날 아들에게,

“야구장은 이미 매진이라 어려울 거 같고 뭐 할까나?”

“영화 보러 가죠! 요즘 ○○이 인기라네요?!”

“엥? 너 사극은 안 보자나?”

“이젠, 역사를 좀 알아야 할 거 같아요.
역사가 쉬운 거 같은데 오히려 더 복잡하고 어려운 거 같아요.”

나는 두 말 할 거 없이
아들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극장으로 향했고,
해당 영화를 봤다.

상영이 끝난 후,

“너, 뭔 내용인지 알겠니?”

“.........?”

아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전후 배경을 모를 진데 어찌 대답할 수 있으리오.

***

오랜만에 저녁 산책을 하면서
낮엔 본 영화를 떠올려 봤다.

영화 중간에 임금이 내관에게
중용 23장을 외워보라는 장면이 나온다.
그 대사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 다시 등장한다.

요즘 사회적인 이슈 안에 있는 고관대작들이
나랏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사서(四書) 아니, 중용 정도만 읽고
벼슬을 했더라면....

나 같은 필부도
지금으로부터 거의 이십 여 년 전,
내 일을 시작하면서
상호를 두고 고민을 하면서
정도(正道)와 중용(中庸)의 의미를 담아
그 이름을 정했고
지금도 나름대로 노력하는 편인데...
[참고로, 정.기획의 정자는 바를 정(正)이다.]

정도의 사전적 의미는,
‘올바른 길, 사람이 행해야 할 바른 길, 정당한 도리.’ 다.

중용의 사전적 의미는,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 이다.

최소한, 두 단어의 의미만이라도 아는 자들이
고관대작을 하고 있었다면
정말로 이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옛 선조님들은
‘수신제가(修身齊家)’ 를 통해
‘인간은 무엇으로 어찌 살아야 하는가.’ 를
몸과 마음으로 실천했다.
글자를 배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끝까지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자긍심으로 살았다.

이제라도 나라를 움직이는 분들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반복해서 등장했던
중용 23장 내용 즉,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를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어린 나이의 학생들이 귀한 생명을
비겁한 어른들의 놀음으로 인해 빼앗기게 된 것에 대해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된 이 시기에
내 아들에게만 이라도

역사와 고서(古書)를 제대로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과 결단을 하게 하는

저녁 산책이었다.

글 :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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