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얼마 전, 내가 업어 키웠던
막내가 재혼을 했다.
그것도 주일 12시에...
나는 동생에게 특별한 설명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
어머니 기일이라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형제들에게 돌아가며
두 마디씩 들어가며 혼쭐(?) 났다.
형제들이 이젠 다 어른이 된지라
서운했던 그 날의 일을 가지고
전에 없던 공격을 내게 한다.
나보다 위인 형이 있어서
끝까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던 나는
답답함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가 뭐라 해도 내게 서운한
감정이 앞서 있기 때문에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훗날 그게 언제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의 내 말을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일 날은 분명히 올 것이다.”
이어서 나는 남동생을 따로 불러 이런 말을 해주었다.
“우리 집안에서 그나마 정식적인 공부를
가장 많이 하고 경제적으로도 풍성해져 가는
너처럼 똑똑한 사람은
우리 집안의 근본적인 문제를 알 것도 같은데
너 같은 애가 사는 서울 강남의 사람들 중
높은 퍼센트가 크리스천인 것을 잘 알고
그 이유도 잘 알 거 같은데... 참 답답하다...”
그렇다.
주일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 형제들의 세상적인 논리로는
서운할 것이다.
허나 내게는 동생의 결혼보다
몇 배 중요한 일로 그것을 처음부터
뒤로 했다.
‘나는 내 형제들을 사랑한다.
내 형제들이 지옥으로 가는 것을 방치
할 수 없다. 남들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데 왜 가까운 형제들은
자신의 고집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가.
일 년에 겨우 서너 번 만나는 게
애석하기 그지없다.’
나는 형제들의 지난 과거의 삶을 너무도 잘 안다.
형제들의 가치관을 부수고자 오랜 시간을
동조하기도 하고 때론 설득하기도 하면서
그 시간을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형제들의 인생의 길을 구렁텅이로 몰고 가는
그 세력이 눈에 뻔히 보이는 데도
힘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
그 모든 계획과 역사를 주님께 의지한다.
단지, 얼마나 더 힘든 생을 겪고 난 뒤에
‘주님을 알게 될 까.’ 를 생각하니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글 :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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