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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모음

이젠 갑니다

by 백대현 2015. 11. 11.

 

이젠 갑니다



이젠 갑니다.
뒤에 남겨 놓은 것에
약간의 미련이 있다한들
이젠 내 것이 아니기에
그저 두고 갑니다.

한 평생
그럭저럭 살다갑니다.
남들처럼
높은 건물하나 남겨 두지 못하고
역사에 내 이름 하나 기록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를 사랑해 주었던
당신이 있었기에
가는 이 길이 무섭지 않습니다.

비록 못난 나였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이말 만은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살아보니
먹는 거 입는 거 자는 것을
남보다 좋은 걸 차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움직였지만
그 것을 핑계로
당신과 사랑을 제 때 나누지 못하고
뒤로 미루었던 게
가장 아쉬었다고...

그래선지 가는 이 길이
무섭진 않지만
뒤에 남겨진 당신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당신, 나는 이렇게 가지만
내가 뒤로 미루었던 사랑을
내 몫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몇 배로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사랑하며 살라고
내 안위를 위해 그것을 미루면
가는 이 걸음이 천근만근이 된다고
당신이 내 대신 꼭 전해주세요.

그리고 당신...
한 번도 내 입술로 말하지 못했지만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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