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면서...'를 다시 배웁니다 (MT 후기. 2016)
1.
나는 블로그, 카페, 밴드 등 내 이름 옆에 ‘서로 사랑하면서...’ 라는 진행형 문구를 십여 년 전부터 항상 써놓고 있다.
가끔 그 내용에 대해 질문해 오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럴 때 마다 거창한 대답보다는 나 뿐 아니라 너와 우리를 구원해 주신 분을 믿거나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라고 짧게 말해 준다. 물론 믿지 않는 자들에겐 아무리 말해도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지만 믿는 자들은 금방 그 의미를 이해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창조주를 믿거나 알게 되는 것은 세상 지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세상 지식도 다 배우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영적인 의미와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냐. 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처럼 믿는 자들은 내가 가진 지식수준과 상관없이 '내가 선택한 게 아니고 선택받았다.'라고 한다.
2.
MT 1부는 무사히 마무리했지만 2부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호프 한 잔 마시는 것도 망설이고 높은 음악소리와 어수선한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평소 하지도 않고 하기도 싫었던 일(술 운반)까지 했던 것이다. 특히 당일은 비가 얄밉게 내렸다. 아직 내 마음에 가시와도 같은 술과 연관된 지난 과거를 깨끗이 씻지 못한 사람인지라 비를 맞으며 운반하는 게 싫었나 보다. 그래서 2부 초반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2학년 임원 몇 명에게 핑계를 대고 자리를 살짝 빠져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피로와 함께 오늘 있었던 교회의 일정이 생각났다. 남전도회와 사업자회 등 교회의 굵직한 모임이 2개나 있었다. 두 모임을 다 빠지고 MT에 참석했던 것이다. 교회 행사가 머리를 스치자 율법적 조항에 빠져 자유롭지 못한 내 모습이 와이퍼브러쉬로 인해 지워졌다 또 보였다 했다. 공부나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본의 아니게 교회 일정이 학교 행사와 겹칠 때마다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지금 내 모습 중에 진정 어떤 게 옳은 것일까. 그 분이 원하시는 게 무엇일까. 를 운전 중에 잠시나마 ‘구별해 봐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3.
얼마 전, 메일에서 봤던 글귀를 다시 꺼내 봤다.
간디의 제자 비노바 바베는 ‘사랑의 힘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즉 세상을 아름답고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사랑 밖에 없고 우리는 사랑 안에서만이 차별이 없어지고, 구별이 없어지고, 너와 내가 없어지며 인류의 진화는 사랑의 힘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사랑이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그의 말을 다시 새기는 순간 내 자신이 초라하고 한심했다. 프로필 옆에 사랑이란 단어를 진하게 써놓고도 아직도 나와 다른 생각과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멀리하고 또 교제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만의 과거의 상처로 인해 언제부턴가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과 만남을 비롯해 대화 나누는 것을 시간낭비로까지 생각했었다. 아무리 상대가 술을 통해 속내를 보여도 그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술을 통한 그들의 대응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단정 짓고 살았던 것이다.
술을 의지해 진솔한 척 하는 것이 그 술이 다 달아난 순간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던 게 그 이유이기도 하다.
4.
MT 당일 일찍 거래처에 물건을 전하고 행사 장소로 갔다. 이미 몇몇 임원들이 와서 준비 중이었다. 작년 이 맘 때와 장소와 일부 사람들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장면이었다. 나는 한 쪽에서 입으로 풍선을 불며 눈동자를 통해 여기 저기 돌아봤다. 모두가 자기의 일처럼 열심이다. 특히 실무진인 우리 2학년 임원들은 역시 잘하고 있었다.
사회를 보는 L문체차장의 재능은 이미 작년 초에 증명된지라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집안일로 아쉽게 자리를 못한 K총총무나 회장을 도와서 학과 모든 일에 나서고 있는 K실무부회장이나 2학년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B총무 그리고 K정보차장과 B학습차장은 자신이 맡은 바를 잘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H빅토리아 팀장이나 Y미네르바 팀장은 타 학우들과 함께 부족한 부분을 도와주고 있었다. 특히 소리 없이 음식 준비를 도와주신 2학년 나이 지긋한 학우 분들에겐 이 자리를 통해 더 큰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은 낯선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게임 등에 나서주신 신, 편입생과 그들을 격려해주고 이런 저런 일에 진행 노하우를 전달해 주는 선배 및 동문들의 모습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5.
나는 오늘 예배를 드리면서 창조주의 사랑을 다시 한 번 새겼다. 믿는 자든 믿지 않는 자든 인간을 창조하신 그 분의 깊은 뜻을 겨우 티끌 먼지 하나에 불과한 내가 어찌 평가하고 불평할 수 있겠는가. 돌아보면 다 감사할 일 뿐이고 오늘 처음 만났어도 서로 사랑해야 할 우리 사이에 과연 그 무엇이 서로를 구분하고 분류할 수 있겠는가.
나는 2번 끝부분에 썼던, ‘구별해 봐야겠다.’ 를 얼른 잊고 싶었다. 그것은 나의 교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사람은 창조주가 그리 만든 이유와 목적이 있다. 그가 술을 먹든 노름을 하던 싸움을 하던 그것은 내가 평가할 몫이 아니다.
단지 내가 하기 싫고 못하는 걸 누군가가 강요하거나 그 입장이 바뀌거나 오직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나의 부족함이나 선하게 마음먹고자 하는 것은 타인의 모습에서 배우거나 공부를 통해 익히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나와 너 우리가 교육학과에서 만나서 함께 공부하는 이유라고 확신한다.
6.
4번 내용에서 보듯, 각각의 행사는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희생과 봉사 정신이 바탕에 깔려서 흘러간다. 또 그들의 마음을 알고 바쁜 중에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고 비록 이것저것 부족한 게 많이 보여도 이해하고 격려해 주는 게 예의이다.
거듭, 행사를 진두지휘하신 교육학과 회장님을 비롯한 각 파트별 임원진, 각기 모양으로 후원해 주고 찬조해 주신 동문, 선배, 학생회 분들 그리고 바쁜 일정에도 행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
반복해서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내 이름 옆에서 미소 짓고 있는 ‘서로 사랑하면서...’란 글자가 잠시 흔들렸던 것을 다시 반듯하게 세우고, 전보다 더 진한 색으로 칠하면서, 또 다른 사랑을 하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공을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 가련다.
감사합니다.
2016년 3월 6일
백대현 올림.
음악, 이미지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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