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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그 가짐은 포기했다

by 백대현 2016. 3. 29.

그 가짐은 포기했다



릴 적, 철학(哲學)과 문학(文學)을 놓고
나의 미래를 생각하며 혼자 고민한 적이 있다.

학창시절 일기장을 보면
그 두 가지를 놓고 번갈아 가며 기록한 나를 본다.

철학과 문학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에 따라
이상주의냐 허무주의냐
유물론이냐 유심론이냐 등
수많은 철학 중에 한가지 류를 받아 들여야하고
생각한 것에 따라 시나 소설,
아니면 어떤 문체를 써가며 글을 써 나갈까 하는
선택을 한다.

둘 다 나의 선택이 요구된다.
나의 자라온 환경이나 배움 기타 등등으로
선택을 하게 되지만
나는 고민만 했지 그 모든 것을 다 포기했다.
왜 포기했는지는 땅 밑으로 숨기고 싶다.
남을 탓하는 것도 바보짓이라 여겨져서
저 하늘로 날려버리고만 싶다.

다만 철이 들어 알게 된 것은, 선택을 요구하는
철학과 문학을 하는 것은
꼭 남에게 드러내 보이지 않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그 가짐은 포기했다.'
란 말이다.

아니,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이 철학이요
지금 내가 쓰는 것이 문학인데
난 무엇을 선택하려 했고 보이려 했었는지...

나는 철학과 문학을 하려는 맘을 따로 갖고 있지 않다.
지금도 그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게 그런 귀한 깨달음을 주신 주님께
이렇게 한없이 작아지고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백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