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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백대현, 당신이 대답해 주세요

by 백대현 2015. 7. 17.

당신이 대답해 주세요

 

“아내가 큰 애만 데리고 나가래요. 자기는 작은 애 데리고 알아서 살겠다고, 제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한 건데, 뭐가 잘못된 건지, 몇 번째인가 기억도 안 나지만 이번엔 저도 화가 나네요. 사실 요즘은 그런 아내가 보기 싫은 게 사실이구요. 선배 같으면 어찌하겠어요?”

 

후배가 던진 숙제다.

 

“야, 인마! 전화 좀 부드럽게 받아라. 전화하면 넌 왜 그리 퉁명스럽게 받는 거야! 내가 너처럼 와이프가 있냐! 귀여운 아들 녀석이 있냐! 그렇다고 누구처럼 애인이 있냐! 아무런 재미없이 사는 놈이 전화하면 위로나 해주던지 술이나 한 잔 사던지, 너 왜 그래?”

 

 친구의 격앙된 음성이 반성케 한다.

 

 “○○아, 너 같으면 어떻게 하겠냐? 동서 밑에서 일하다 보니 그 스트레스가 말도 못 한다. 그렇다고 제대로 할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데 무작정 때려치울 수도 없고, 그저 참고 해야 하는 건가?”

 

 선배의 푸념 소리다.

 

 “○○님은 출판 일보다는 정치를 하면 더 잘 할 거 같아요. 말씀하시는 거나 생각하는 거 보면 자신의 안위보단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크게 보이거든요. 이런 사람들보단 ○○님 같은 분이 정치를 해야 보통 사람이 사는 게 나아질 텐데 해보실 생각 없으세요?”

 

 거래처 분께서 커피 한 잔 할 때마다 농담삼아 하시는 말씀이다.

 

“어이 ○○, 나 결혼하고 싶은 데 여자 꼬시는 방법 좀 알려줘 바. 난 왜 그렇게 여자와 단둘이 있으면 말이 한마디도 안 나오고 두 번째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는지. 내가 봉께 ○○은 주위에 아는 여자가 많은 거 같은 데 전수 좀 해줘 보시지?”

 

평소 신세를 지고 있는 지인이 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참 알 수 없네요. 이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나처럼 인생의 어둠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이 오고 가는 거 같아요. 당신의 일터로 생을 유지하기 위해 일하는 곳인데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커피 대접하고 아이스크림 사대고, 그러면서도 어찌 짜증 한번 내지 않고,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닌가요?”

 

동종 일로 알게 된 동생이 하는 말이다.

 

“뭐해요? 온종일 컴퓨터 앞에 있으면 눈 아프지 않아요? 일만 하는 거 같진 않은 데 뭘 그렇게 맨 날 두드리고 있어요? 암튼 대단합니다.”

 

하던 일이 잘되지 않아서 시름을 달래고 있는 교회 성도 말이다.

 

 +++

 

나는 주위에, 권력이나 물질을 놓고 상의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러나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를 물어 오고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마냥 좋다. 나 자신을 생각해 보면 배움도 짧고 지혜도 부족한데 여러 가지 숙제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 게 참 아이러니다. 

물론 나는 전능자가 아니기에 그들이 물어오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순 없다. 다만 그들이 내게 맘을 열고 자신에게 있는 답답함을 말하고 나는 진지하게 듣고 또 말을 이어가면서 그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하는 그 맘 밖엔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지인이 찾아 와서 위와 같은 질문을 해온다면, 당신은 어떤 말로 그 답을 해주시겠습니까?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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