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의 꿈 이야기
어떤 사람이 꿈을 꾸었습니다.
저승사자가, “이제 나와 함께 가자. 나의 손을 잡아라!”라고 했습니다.
그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저승사자에게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저승사자님, 내 나이 겨우 마흔 하고 셋입니다. 벌써 나를 데려가면 아내 혼자 중학교 3학년인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을 어찌 키우란 말이요? 아무리 저승사자라 해도 좀 생각하고 데려가야 되는 거 아닙니까?”
저승사자가 골똘히 생각해 보니 그 말에 일리가 있었습니다.
“그래, 당신 말을 들으니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겠네. 그럼 내가 어찌해 주면 되겠는가?”
그 사람은 당당하게 답했습니다.
“저를 데려갈 땐 미리 예고를 해주세요. 제가 죽어도 사랑하는 가족이 걱정거리 없이 살게 준비해 놓고 숨겨 놓은 거 있으면 다 주고 그래야 맘 편하게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땐 군말 없이 당신 손을 잡겠습니다.”
저승사자는 “그래, 그렇다면 당신 말대로 그리하도록 하지. 그럼 그때 다시 보세나.”
십 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람이 또 꿈을 꾸는 데 전에 왔던 그 저승사자가 왔습니다.
“이제 가야지, 어서 일어나게나!”
그 사람은 저승사자의 말에 어이가 없는 듯 전보다 더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저승사자님, 정말 왜 그러십니까? 십 년 전에 약속한 거 있지 않습니까? 아니 잊으신 겁니까? 미리 예고해 주시기로 하고선 이게 뭡니까? 아직 가족을 위해 아무것도 준비해 놓은 게 없습니다.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저승사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어허 이 사람아, 나는 당신과의 약속을 다 지켰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고 여러 번씩이나.”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에게 예고한 적 한 번도 없습니다!”
그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예고를 받은 적이 없었기에 자신 있게 저승사자의 말을 반박했던 것입니다.
“참내, 자네 너무 억지가 아닌가. 생각해 보게. 그날 술 먹고 길거리에 쓰러져서 얼어 죽을 뻔했지? 아내가 담배 끊으라고 해도 안 끊다가 기침하고 가래 생기고 가슴 통증 때문에 입원해서 치료받은 적 있지? 친구에게 보증 섰다가 사기당해서 가슴에 멍든 적도 있지? 식구들과 바다로 휴가 가다가 자동차가 굴러서 며칠간 누워있었던 거. 밤중에 계단에서 굴러 깁스도 했었고....”
생각해 보니 저승사자가 열거한 일들은 분명히 자신에게 있었던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예고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들이 예고란 말입니까?”
“이제 이해가 가는가? 그런 크고 작은 일들이 다 예고라네. 자네는 죽음의 경고를 다 무시하고 멋대로 산 것이지. 자 이젠 가지 시간이 없네!”
할 말을 잃은 그 사람은 저승사자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방문을 나서는데 현재 일을 전혀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 이 년 전 결혼해서 아들을 낳아 고이 안고 자는 딸, 그리고 자기 방에서 러닝만 입고 코를 골며 자고 있는 휴가 나온 아들도 보였습니다.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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