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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모음

백대현의 삶

by 백대현 2021. 5. 2.

*삶

 

 

질은 황톳길에

발자국 남기고

 

말라 부서진 나뭇잎 조각에

이름 석 자 간신히 써두고

 

울퉁불퉁 돌멩이에 부딪혀

엄지발가락 눈살 찌푸리고

 

두 다리 어기적어기적

얼른 벤치 찾아 엉덩이 디밀고

 

흐린 하늘 이 맘 아는 듯

대신 눈물 흘려주고

 

비에 젖은 멧비둘기

낮게 날고

 

먹이 찾던 날다람쥐

제집으로 뛰고

 

두 눈 있어

저들 보는 것도

 

헐떡이는 숨만 있어도

감사인 것을

 

안개처럼 찰나로 머무는 게

삶인 것을

 

부, 명예, 권력이 뭐라고

다른 이 아프게 하나

 

잠시만 산길 걷다 보면

알게 될 것을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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