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차안에서
(200×. 3.)
나는 몇 친구와 통화를 마친 후 잠시 사색의 늪에 빠졌다.
뒷자리에선 A와 B가 자신들의 사는 이야기를 열심히 나누고 있었고 옆에는 C가 친구들의 안전을 위해 핸들을 집중해서 돌리고 있었다.
내가 사색에 빠졌던 이유는, 오랜만에 만났던 몇몇 친구들의 침울했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들 뿐 아니라 참석하지 못했던 친구들 중에서도 삶의 무게에 힘들어하는 것을 자주 들었기에 살짝 열린 차장으로 소리 없는 한숨을 내뱉었다.
사는 데 있어서, 긍정적 일 보다는 아픔과 안타까움 등이 더 많을 나이...
이미 불혹(不惑)을 넘어선 지가 몇 년인데... 불혹이란, '부질없이 망설이거나 무엇에 마음이 흘리거나 하지 아니함.' 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두고 있다지만 어쩌면 그 해석이 틀릴 것만 같은 나이...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위대하게 만든 장본인이 자신의 악처 아내였다고 제자의 질문에 자신 있게 답했다고 한다.(이유 생략)
그만큼 삶에 있어서 어떠한 난제를 스스로 풀어가지 않고서는 위대해질 수 없음을 간접으로 시사해 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같은 소인들은 그런 무게들이 닥쳐오면 어찌 감당해야 하고 이겨내야 하는가?
잠깐 사색이 멈춘 사이, 뒷자리 친구들이 나의 답답함에 또 하나의 생각을 던져주었다.
'후우..... 저 친구는 부부문제구나.... 아까 그 친구는 사업상 어려움을 토로하였고 그 친구는 경제적 문제. 그 친구는 이성과의 애정과 결혼문제 또 그 친구는....'
나는 한숨을 쉬면서도 어쩌면 내게 닥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남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가 그런 생각을 했다. 또 한편으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으로 인해 남의 아픔을 경원시 한다면? 하는 것도 함께 생각해 봤다.
나는 동시에 떠오른 두 가지 문제에 아무 것도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는 무능력함에 스스로 짜증이 났다.
술을 마신 후 취기에 깊은 한숨으로 내게 말을 하는 친구에게 나는 과연 무엇을 해주었는가?
회비조차 기분 좋게 내지 못하는 어려움에 봉착한 그 친구대신 나는 기꺼이 회비를 대신해 줄 용기는 없었는가?
일찍 남편을 잃고 홀로 애들을 키우면서 힘들게 사는 친구에게 나는 남편이 되어 줄 수 없잖아?
연모의 가슴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를 내가 끌고 와 사랑에 목말라 하는 친구의 가슴에 넣어 줄 수도 없고.
이런 저런 사유를 알지만 난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
나는 내가 사는 데 있어서 1%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그것을 얻으려 모임에 참석 한다고 처음부터 말했다. 1%를 얻기 위함이 이리도 힘든데 2%, 3%가 부족한 친구들은 삶이 얼마나 무거울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몇 퍼센트가 부족하든지 부족한 친구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참석한 자리서 수다하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랬을 거라고...
아마도 참석한 친구 중에 그저 할 일이 없고 무료해서 나오는 사람 한 명도 없었을 거라고...
다들 착해서, 다른 친구들의 아픔이나 상처를 알면서도 미소로 받아주고 두 팔로 안아주고. 비록 자기 것을 원하는 만큼 찾지 못했어도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옮겼겠지?
그래, 사는 것은 그런 것 일 게야...
죽을 때까지 부족함으로 살다가 아쉬움으로 가는 거...
자신의 작음을 키운다거나 부족함을 채운다거나, 미처 다 커가기도 전에 아니면 채우지도 못하고 가는 것이 우리 같은 사람들의 삶일 게야....
하지만 모두들 아무리 어려운 여건이라도 두 가지만 얻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어.
하나는, 삶의 무게는 내가 어찌 하느냐에 따라 그 중량이 달라진다는 것을.... 또 하나는 그 중량이 달라지게 하는 데에 주위의 인연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아직도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는 것은 저마다 자기 무게를 짊어지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 때문은 아닌지요? " 라고 말한 어느 유명인의 말대로 우리 모두 서로가 묵묵히 걸어가는 데 있어서 조금씩만 덜 수 있게끔 맘을 주자. 그리고 힘내자!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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