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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급하게 먹은 부침개

by 백대현 2015. 7. 18.

급하게 먹은 부침개

 

(200×. 12.)

 

하게 먹은 부침개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맛나게 요리한 백숙이나 탕 덕분인지 뱃속이 불편했다. 이미 굳어진 허리를 돌려 소화를 시켜보고 아니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노래를 따라하면서 그 불편을 잊으려 하였지만 한번 불편해진 뱃속은 변함이 없었다.

슬그머니 바깥으로 나왔다.

 

강인지 바다인지 어둠에 덮여진 세상은 멀리서 비취는 네온에 의해 살짝 얼굴이 드러날 뿐 제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 앞에 보이는 것이 강이든지 바다이든지 그게 뭐가 중요한 가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세상에 나온 내게 오늘은 아마 또 오지 못할 그런 날 중에 하나인 것을...

 

A가 생각보다는 터프한 매너다.

여태껏 쓴 글을 보노라면, 깊이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 깊이에 자신을 즐기는 것을 더한 스타일 같았다. 내 예상과는 사뭇 달랐지만 멀리서 온 성의가 더 아름답기에 고마움이 더 크다.

물론 나는 조금은 보았다.

거친 전라도의 색을 연출하면서도 정에 목마르고 삶에 지치고 자신만의 사랑을 꿈꾸는 소박한 사내라는 것을...

비록 언행은 내 정서와는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의 눈동자에선 진실함이 보였다. 어쩌면 나 같은 이기와 위선적 사람과는 다른 그 진실함 말이다.

친구들과의 첫 만남에서 그도 나처럼 기대나 희망 또는 약간의 서운함과 아쉬움 등은 교차되었을 것이다.

그런 그를 낯선 동네에 놔두고 집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던 내 처지가 미안할 따름이었다.

 

멀리서 손을 흔들던 B는 이름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아마 더 오래전에 만났더라면 내가 먼저 뛰어가 살짝 안아주고픈... 하지만 그녀나 나나 반가움을 표할 수 있는 건 서로 바라보고 미소를 주고받을 수밖에...

자신 스스로 부족하다고 말한 가무는 그 정도면 훌륭하다는 생각이다. 항상 밝은 분위기를 처지게 만드는 나에 비하면 말이다.

나는 그녀를 만나서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한번도 제대로 바라보질 못했다. 그래선 지 그녀의 삶에 대한 예상이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내 차 뒷좌석에 앉아 쫑알거리던 음성이나 모임자리서 슬쩍슬쩍 스치던 인상은 그녀 또한 우리 또래의 삶과 큰 차이는 없을 거라는 짐작이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다 보면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이 밤 소망할 뿐이다.

 

왜 처음 본 C는 나의 가슴을 울리는 걸까...

그녀하곤 대화도 별로 해보지 않았고 전화 통화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나는 내 눈이 잘못 본 것이라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D 근처로 가 그녀에게 술 한 잔을 따랐다. 물론 그녀는 내가 누군 줄 모를 것이다. 내 명을 얘기하지 않았으니....

하지만 그녀는 첫 인상이 슬퍼 보였다. 많은 삶의 무게를 가지고 있는 눈빛.. 그리고 손...

그녀가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든 우리 나이에 무게가 없다면 그것이 거짓이 아닐까?

아무튼 내 생각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갑자기 요즘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입에서 흐른다.

유상록님이 부르는 가인이라는 곡이다.

여가수 김란영님이 부르던 곡인 줄 알았지만 같은 곡을 남성이 부르니 그 또한 매력이 있다.

사랑은 어떤 이유를 갖다 놓든 기쁨보다는 아픔으로 결말이 나온다.

이 곡도 그런 평범한 사랑을 잃은 사람의 애절함을 표하고 있지만 이 밤 따라 내가 믿는 하나님이 밉다.

왜 인간에게 본능이라는 것을 주셔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지...

 

지금 저 위에서 가무를 하는 내 또래 친구들....

지금 웃고 있지만 가슴은 목마른 사랑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 치고 있는 가....

내 또래 뿐 아니라 사람들은 그런 본능을 다른 포장으로 감춘 채 살아 간다.

 

과연 친구들은 알고 있을까...

지금 이 시간이 자신들에게는 마지막 날이고 다시 올 수 없는 그런 날이 될 수도 있고 내 앞에 앉은 친구의 얼굴을 바라 볼 수 있는 자유가 오늘이 마지막도 될 수 있음을...

그래서 얼마나 귀한 인연인가...

그래서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비록 사이버란 수단을 통해 알게 된 사이지만 그 사이버의 긍정이 부정보다 더 많다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서로 잘 대해 주었으면...

 

E, F, G, H, I, G, K, L, M 등이 안 보인다. 이 자리보다 삶의 무게가 더 나가는 곳에 지금 있을 것이다.

N, O, P, Q, R, S, 등 한번도 참석치 못한 이들은 지금의 인연을 모니터 속의 인연에 만족하면서 숨을 쉬고 있는 것일까

 

모두가 각각의 삶의 목표대로 목적대로 살고 있기에 누가 뭐라 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사랑을 하고 같이 살고 하는 것과 과연 뭐가 다른가? 만나 사는 것, 살면서 울고 웃는 것. 그것이 사는 것인데...

 

이 모임을 만들어준 T가 오늘따라 더욱 고맙다.

U, V, W, X, Y 등 초창기 기둥들이 고맙다.

그리고 소리 없이 자리를 지탱해주는 이들이 고맙다.

그리고 항상 제자리를 지키려는 내 자신이 고맙다.

 

모두가 서로 고마워하자 그리고 사랑하자.

잘나고 못나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잘났다고 오래 살고 못났다고 짧게 사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공평하게 인간을 만들었으니 저 사람이 있는 것 내가 없고 내가 있는 것 저 사람이 없으니... (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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