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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잡문

다른 건 몰라도

by 백대현 2015. 7. 22.

다른 건 몰라도

 

 

 

늘 같은 이런 기사를 보면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어떤 이는 방 하나짜리 집도 없어서

오늘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순서를 기다리고

 

또 어떤 이는 하던 일이 되지 않아

지금도 지하에서 빈병을 베개삼아

누워있는 자도 있는데

 

그들에게는 그림에 불과한

그린과 자주와 파란 잎을

두어 묶음도 아니고 몽땅 자루에 담아

남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가

 

그것이 정치적 목적이든

세상에서 나의 이름을 얻기 위함이든

내가 가진 것을 남을 위해 내놓는 것은

그 이유를 불문하고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세상사 자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리

쉴만한 집이 없어도 지금 내가 거한 곳이

편하면 그것이 내 집이요

남에게 줄 게 없는 빈지갑뿐이라 해도

남을 위함이 먼저면 그것이 주는 자의

마음이리...

 

지폐를 몇 자루 가지고 있어도 감춰두고 있으면

그것은 휴지조각에 불과한 것이요

남에게 주기 싫어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것은

지갑 속에 구겨진 천원짜리 한 장을

남을 위해 내놓는 마음보다 안쓰런 마음이라

 

세상사 내가 가진 것의 크기나 넓이보다

마음을 어찌 쓰느냐에 따라

내 생이 바뀌는 것... 그것은

 

어찌 쓰느냐 그것은... 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안에 이미 자리한 성령이 역사한 것을

오늘 신문의 톱 기사를 장식한 그 사람도

지하에서 눈물로 지새우며 주지 못해 안타까워 하는 

그 사람의 마음도

너와 나 모든 사람의 마음도

성령이 역사한 것임을

다른 건 몰라도 그것은 꼭 알고 있어야 한다.

 

너와 나 우리 모두 다른 건 몰라도 오늘 같은 일로

자주 고개를 숙였으면 좋겠다.

주는 자도 기쁘고 받는 자도 고마워 하는

오늘 같은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2009. 7. 7. 화.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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