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했던 연말연시 1.
나는 연말연시 피곤했다. 아니 피로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하는 일이 분주한 이유도 있었지만 미지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각자의 문제(?)로 어쩔 때는 온종일 수다를 떠느라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당혹해 할 때도 있었고 힘을 잃은 혀가 흐느적거릴 때도 많았다.
그 중에 특히 기억나는 몇 가지를 얘기해 보겠다.
젊은 나이에는 기술이 있어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 수입이 보통 사람보다 좋았다고 말하던 그 사람은 그 같은 좋은 일이 내일도 계속될 거라는 생각으로 수입의 대부분을 거의 술과 담배 등으로 흥청망청 쓰다가 어느 날, 갑상선이라는 병을 진단 받았고 지금도 약이 없으면 숨쉬기조차 힘들다 했다.
현재는 육신이 전보다 더 쇠약해져서 전에는 자신 있게 하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회사에서도 쓸모없는 사람으로 여겨져 여러 번 밀려났고 나이가 마흔이 훌쩍 넘었음에도 결혼은커녕 홀로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고시원에서 근근이 생활해 나간다고 했다.
역술에 관심이 있는 그 사람은 남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다. 이 사람은 사람을 볼 때마다 집안에 또는 내 안에 귀신이 있어서 하는 일마다 되지 않을 것이고 어떠한 문제가 있으니 그것을 풀지 않으면 삶이 그렇고 그럴 것이다. 등 소위 점쟁이 같은 말을 하면서 자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불안과 무서운 이야기로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한다. 물론 자신 스스로에게도 아직 때가 아니어서 내 삶이 지금 이렇다 하면서 현재 자신의 삶의 곤고함을 합리화시켜 나갔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사기를 당해 빚쟁이가 되었기 때문에 그 빚을 갚고 자신의 인생을 다시 찬란하게 하려면 밤을 새워 일해야 한다고 하면서 낮에 일하고 밤에도 대리운전을 하면서 열심히 사는 그 사람은 볼 때마다 삶의 지침에서 오는 어두운 눈동자와 누렇게 뜬 얼굴, 거칠어진 피부는 가엾게 여겨질 정도다. 열심히 사는 것과 옳게 사는 것에 대한 차이 그리고 영적인 문제와 비밀 등 나의 짧은 소견을 들은 후 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없이 울었다고 지인을 통해 얘기를 들었다.
사업이 부도가 나서 본의 아니게 도망자(?) 신세로 전략한 그 사람은 소위 유명 대학교를 졸업한 지식인이다. 허나 자신만의 삶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면서도 남들 앞에선 자신의 말이 옳다. 라는 것을 유감없이 펼치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에선 해답을 찾지 못해 때로는 자문을 구하는 척 하면서 자신의 오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담배를 무는 모습은 내 마음을 찡하게 하기도 한다.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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