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노래는 듣지 않을 거야
오랜만인 거 같다.
나만의 공간에 홀로 있어 본지가...
나보다 몇 시간 일찍 하루를 여는 사람과
함께 공간을 나누다 보니
요즘은 공간 뿐 아니라 나의 시간조차
그에게 뺏긴 듯 하다.
하필 이럴 때
내 눈과 팔을 요구하는 일이 늘어서
지금도 내 눈과 팔은 가여울 정도로
피로에 젖어 있다.
거울이,
산발이 되어 버린 머리카락
총기가 살아져 피곤에 찌든 눈동자
이 시간만 되면 까맣게 되는 입가만
그려 놓고 있다.
동안(童顔)이라 불렸던 내 얼굴
거울에 그려진 것처럼
이젠 잔주름으로 채워져 있고
변한 얼굴만큼 시간은
마흔이 넘어 원숙한 가을에 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서서히 사라지는 착각
나도 모르게 빠져 버리는
허무(虛無)함과 상실감...
하나하나 늘어나는 나의 나이 숫자만큼
하나하나 사라지는 나의 가을 숫자만큼
나만 그런 걸까...
다른 사람들도 그런 걸까...
당장 일어나서
이 공간에서 처량하게 돌고 있는 저 가을 노래를
다른 계절 곡으로 바꾸어야겠다.
이젠, 가을 노래는 듣지 않을 거야...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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