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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모음

사랑인가 憐憫인가

by 백대현 2015. 7. 31.

사랑인가 憐憫인가

 

 

 

   연히 알게 되었을 때

   살며시 일어났던 흥분과 기대

 

   거리에서 스칠 거 같으면

   얼른 골목에 숨어서 그가 지나가는 걸

   두 눈과 가슴으로 지켜만 보았었지

 

   차츰,

   그의 성격과 과거를 알아가면서

   흥분과 기대는 현실이 되었다

 

   나 자신의 오늘과

   그의 오늘에서 오는 乖離로

   잠을 못 이룬 게 벌써 며칠이건만

   무관심으로 날 대하는 그의 눈빛은

   날 슬프게 해

 

   그의 눈빛 속에 숨겨져 있는

   그의 과거의 눈물,

   그의 작은 가슴속에 못이 되어 박혀있는

   그의 인생에 대한 歷程,

 

   그는 겨우 쓰디쓴 담배 연기로, 술 한 잔으로

   오늘밤도 자신을 감출 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오히려 감추려는, 그 당당해 보이려는 모습이

   더욱 자신이 초라하게 내게 보일 수 있음을

   그는 정말 모를까

 

   그런 그가 나를 혼란의 세계로 몰고 있다

   그런 그를 가까운 곳에서 진정으로 위로할 수 없는 내게

   무언의 압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나는 안다

   가까워지기를 기대하면서도

   아니, 간절히 바라면서도

   서로가 옆에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서로의 현실을

 

   나는 고작 글자 몇 자로

   그는 어제와 같은 무반응으로

   서로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게

   그나 나나 제대로 가는 인생길일 게야...

 

   백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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