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절거리는 이유 1.
청년 시절, 동무와 함께 열차를 타고 여수 오동도에 노트와 펜 하나만 들고 갔던 적이 있다.
눈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은 바다가 있고, 등 뒤에는 작은 돌산이 그리고 엉덩이는 방죽 콘크리트에 붙어 있었다.
저녁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와 동무는 노트와 펜을 가방에 집어넣고 비를 피할 곳을 찾았다. 하지만 방죽 한가운데에서는 비를 피할 곳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빗줄기는 굵지가 않아서 우리는 비를 자신들이 입은 옷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동무가 갑자기 뛰어가더니 소주 두 병과 과자를 사왔다.
우린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술기가 동시에 올랐다. 그 술기운은 우리가 밤을 새워가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너도 이분처럼 쓸 수 있을 거 같니?"
동무는 자신이 읽던 책을 가리키며 내게 물어 왔다.
"글쎄... 노력해봐야지..."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야아, 이분이라고 날 때부터 잘 썼겠냐?"
"하하하, 그런가... 그건 그래 노력하면 안되는 게 어디 있겠어..."
호탕하게 웃던 동무는 말끝이 흐려지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만 둘란다... 자신도 없고... 노력한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닌 거 같아..."
대략 어떤 말인가를 알아들었던 나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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